15. 김밥,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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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천국이 있어요?"
"그럼"
"거기에는 누가 살아요?"
"김밥이 살고 있지"
아이가 웃는다
"그런데 그게 왜 궁금해?"
"엄마가 보고 싶어서요"
작은 한숨과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다
눈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보고 싶은가 보구나"
아이는 말없이 끄덕인다
"볼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언제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아주 열심히 살다 보면
다 살았다고 하늘에서 부르지"
"빨리 가면 안 되요?"
"빨리 가면 천국에 있는 분들한테
엄청 혼나요, 왜 마음대로 오냐고"
"왜요?"
"너 유치원에 숙제 안 하고 가면 혼나지"
"네"
"너도나도 아주 열심히 사는 게 주어진 숙제란다"
"어떻게 사는 게 열심히 사는 건데요?"
한참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넌 지금 열심히 공부하는 거
아저씬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거"
"지금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것에
최선을 다하는게 열심히 사는것이지"
이말 밖에 해줄 수 없었다
아이는 말이 없다
꼭 안아 주었다
"사실은 아저씨도 잘 몰라
그냥 그런거라 믿는다" 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애증의 일기중에서..
댓글목록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와~ 정말 감탄사가 나오네요
비꼬아 쓰지 않아도 수수한 시로 승화하니
아름다운 시구가 절로 튀어나오는 듯
감사합니다 배우다 갑니다
추천합니다
애증의일기님의 댓글

반갑습니다 빛보다 빠른사랑님..^^
저도다 글을 훨씬 잘쓰시는 분한테
이런 얘기 들으니 참 부끄럽네요..^^
빛보다 빠른사랑님 글을 저도 참 많이
보았습니다만 댓글을 못달았는데
제가 "관계"에 대해서 한 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