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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심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22회 작성일 15-07-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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共生記

효성 아파트에 탁구부가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른다 여덞개 동에서 공지를 보고 하나 둘 모여들다가 단체가 되었을게다 무순 총무는 여장부답게 순서가 없다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 듯, 목소리가 여러 옥타브 높다 조그맣고 조각에 조예가 있던 전 회장은 총무하고 의견이 안 맞아 야반도주하고 말았다 그래도 벗겨진 놈, 얍삽한 놈, 시커먼 놈, 뚱뚱한 놈, 호리호리한 놈, 느물느물한 놈까지 한 때는 제법 성황이었다 여총무의 깔끔떨기가 보통이 아니어서 무슨 놈의 아파트단지 내 지하 탁구장에서 탁구 빠다 하나 없이 죄다 내다버리고 운동화에 복장 안 갖춘 놈은 무조건 출입금지다 전세 낸 것도 아닌데 회원아니면 얼씬도 못한다
내가 자칭 코치인데 먹고 사느라 홍성 또는 충주에서 근무하느라 몇 년을 들쯕날쭉이었다
하온데 사단이 났다 탁구장 운영문제로 술자리에서 낫살이나 먹은 사람이 괜한 역정을 내며 고집을 부리자 제일 막내격인 남자총무가 그만 화를 참지 못하고 밥그릇으로 순식간에 코언저리를 박아버렸다 피가 튀고 눈자위가 돌아간 모습을 보고 병원에 입원시켜 수술을 받았는 데 앙숙이 되었다 피해자는 사위가 그런다며 고소한다고 으름장을 놓자 병원비에 합의금까지 졸지에 천 오백정도 깨지자 파산선고를 했다 늦게야 이 소식을 듣고 어떻게 화해를 시켜 보려했으나 막무가내였다 따로 국밥이 된 것이다 그렇거니 나만 유일하게 양 쪽 모두를 만나고 있다 누구 편도 못 들고 애꿎은 세월은 무심히 흐르고 있다 이 와중에 금년에는 개다리 하나 장만하고 오리 닭까지 사서 장영산 팬션에서 먹고 마시고 고스톱치며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았다 점 백에 사천팔백원씩 걷어들이니 한 사만원 따고 말았다 나더러 타자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아침에 한 시간 열 살 차이나는 후배를 열나게 가르치고 있다 제법 고수티가 나고 이제 하산을 시켜야겠다 태풍 때문에 바람불고 비가 오락가락하는데도 붕어낯짝 보러 갔다가 붕어 얼굴만 보고 금산 장날에 인삼막걸리에 인삼튀김을 사들고 탁구장에 와 여럿 불러 모아 한 잔 걸치고 헤어졌다 하루만에 초복 핑계로 육사시미 떠서 쐬주에 막걸리까지 걸지고 나니 만사형통이다 오늘 마나님이 내 배만 쳐다보고 있다 운동은 10원어치하고 술은 백원 어치 먹으니 배가 남산만 하단다 어쩌랴! 이런맛도 없으면 어찌사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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