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공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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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간
스스로 엮은 그물에 갇힌 저 목어
뭇 지느러미에 슬어놓은 알집은
단심 깊은 하초가 지불한 노역입니다
햇살과 별빛 포자로 우듬지에 흡반을 붙인
직립의 행로가 꽃등을 켠
물구나무 한 生,
천 개의 손에 천 개의 더듬이를 세워
익힌 알곡을 내려 놓습니다
짓무른 성체에 맺은 일용할 양식은
그대의 보혈로 지은 따듯한 요기입니다
구체화로 써 내린 바람의 유서,
곡절 없이 막 내리는 종편이란 없지요
원초의 흙살에 탯줄을 잇댄 복은
전생에 지은 덕이
삼대는 거슬러 올랐을 겁니다
다음 생을 예약하는 절차가 있다면
빗물과 바람을 연주하는 편백이랄지,
뜻 없이 불일암 뜨락이나 지키는 후박이랄지,
흰 배내옷 한 벌로 족한 자작이랄지,
물길 깊은 沼, 물푸레 그림자로 호명되길 절원하지만
그 같은 호사가 차례나 오겠는지요
만산홍옆 불쏘시개 지핀 묵시록,
대지의 젓줄로 지은 무량수원입니다
[퇴고작]
댓글목록
최정신님의 댓글

새 집에 가루비누,랄지 술술 풀리는 화장지 한 다발이라도 바쳐야 하건만
절대 안 풀리는 퇴고작이나 들고 인사 올리니 송구하기가 그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벤트 자리 한 곳 낑겨 그럴사하지도 못한 작품으로
인사라도 드림이 도리라 여겨 안부 놓습니다.
울 문우님들 좋은 작품 많이 올려 주심에 감사, 감사, 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요새는 웰빙음식으로 절찬리 판매중이라는 사찰음식,
일 때문에 들렸던 백담사에서 저녁 공양을 받았던 날이 기억납니다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사람 사는 곳에서 몇 번은 부딪칠 만한 일, 그 또한 인연일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무료로 주는 공양의 맛을 탓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픈 배를 채워주는 음식으로서의 그 맛이, 어쩌면 이 시에서 제게 내미는 시고픔을 달래주는
공양과도 같다는 생각을 놓습니다
마지막 연
"만산홍옆 불쏘시개 지핀 가마솥 안 포만의 묵시록,
조건 없는 덕목으로 정산되는 무량수원입니다 "
묵시록에서 꺼내는 마음, 포만함으로 채우고 갑니다. 선생님!!!!
은영숙님의 댓글

최정신 선생님
시인님의 곱고 의미 충만한 묵시록에
습작생은 절절히 불면증에 달빛과 타협 해야 할것 같습니다
사랑으로 많이 가르쳐 주십시요 선생님!
새 집에서 인사 드립니다
즐겁고 행복한 나 날 되시기를 기도 합니다
존경과 사랑을 드립니다
선생님!!!
활연님의 댓글

절간에서 몇 년 산 적 있는데
공양간, 해우소 이건 시의 발생지가 되기도 하나봅니다.
나는 도무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데..쩝
구름붓으로 그린 듯 부드럽습니다.
물론 씨톨 굵고요.
상쾌한 한주 보내세요. 늘 건강하시고요.
시엘06님의 댓글

낱말과 낱말이 서로 호흡하고 조응하듯 절묘하게 엮이며
행과 연을 이루네요. 언어예술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갑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최정신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사무친 곡절로 막 내리는 종편///
......
물푸레 그림자로 호명되길 원하는
가마솥 안 묵시록///
무조건의 무량입니다
감사합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외출 후 늦은 귀가로 일일 답글 못드린 죄송한 마음은
석양 넘어 은은히 울려 퍼지는
아그네스 발차...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되겠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음악으로 대신합니다
이종원시인님의 하루...가 빈틈 없이 무탈하셨으리라...믿습니다.
은영숙님...비 개인 초하의 바람이 무척 상쾌한 저녁입니다.
저도 존경과 사랑을 드립니다...
활연님의 족적이야 천까지 세고 재를 쌓아 놓은 유일 무일한 독보니
그 천의무봉이 부럽기만 합니다...마음만 먹으면 공양간, 해우소 쯤이야,
세상에 딸딸이 아빠가 젤 부러운...무장한 날들이시지요.
오늘 하늘이 백야의 크루즈 헬싱키 뱃전에서 만난 절경이 우리 하늘이더이다
아마도 시엘님의 기운을 받아 그랬을까요? 덩치답지않은 소프트한 글맛은
훔쳐 먹을 때 더 달콤하더이다
김태운시인님...께서는 시도 생활도 날이면 날마다 무량이시지요?
글샘가에 들러 늘 목 축이는 거 아실랑가요? 모르실랑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