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30세기 초원의 빛 > 창작시

30세기 초원의 빛

이포

3005년 캡슐을 벗는 사람이 있다

2005년 수면에 들었으니 꼭 1,000년 만의 기상이다

남대문 시장에서 먹던 갈치가 하늘을 날아다닌다

목이 탄다. 하지만 목 타 하는 사람 아니 인간은 하나도 없다

그동안 지구의 환경이 급변하여

사람의 몸에서 불필요한 부분들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세기 사람은 그 세기의 기형이다

섭생의 관습 또한 간소화하였다

지구를 사수하던 수호부대도 다 사라졌다

다만 핵폭발로 지구가 멸망할 때

땅속 깊이 숨어들어 오염된 사체를 먹고

몸속에서 핵 융화가 일어나 몸집이 인간 만해진

개미들만이 옛 모습 그대로인 채 살아남았다

사람의 몸 일부가 생략된 것도

개미들이 인간의 두뇌를 필요로 하면서

뇌의 보존을 위해 다른 부위의 치료를 생략한 때문이다

커다란 집게 이발의 오싹함을 느끼며

순간 소파에 낙지처럼 길게 달라붙은 채

깜박 쏟아지던 잠을 깬 나

티브이에서는 초원의 빛을 배경으로

핵발전소 폐기 뉴스가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