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노을 화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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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화장터 문정완 저물녘 흰 관을 죽지에 들쳐 매고 나는 새들의 무리가 있다 저것은 오랜 전통을 가진 노을장례식장의 예의, 우기와 천둥이 한 몸처럼 살았던 몸, 설산의 협곡을 돌아 바람의 행로를 추적했던 족적들 흰 뼈들이 타는 공중의 화장터에 몸피를 벗어 놓은 바람의 조의들이 나부낀다 충분히 가벼워 진 것들이 더 가볍게 이륙하기 위해 제 몸에 붉은 혁명을 이장하고 있다 밤은 또 한차례 지상이 내려앉는 캄캄해지는 일 눈이 먼 화가의 붓끝으로 캄캄한 한지에 이미 오래 전 죽은 별빛을 그려 대는 일 으레 밤하늘을 쳐다보면 반짝이는 것들은 왜 저렇게 눈물이 많은가를 생각했다 그러므로 달의 궤적을 이식한 모든 것들에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슬픔이 있다 그러니까 이건 또 슬픔을 비워내는 한 가지 방식 아직도 재래식 화장법을 사용하는 하얀 뼈들이 구워지는 백년도 훨씬 넘은 공중의 화장터 공중의 수면에 지느러미를 잃은 바람이 걸려있다 붉은 혈액이 굳어져가는 저녁은 버림받은 작은 누이 얼굴만큼 쓸쓸하다 인중 깊은 나무 뿌리들이 내일을 채굴하는 동안 까만 나비 떼가 검은 리본처럼 팔랑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