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돌배나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돌배나무
날 삼켜 허기를 채웠을 산짐승의 내장을 통과한 적 있소
배설의 기록 어디쯤 육탈(肉脫)된 주소를 가진 씨앗
가계도를 펼쳐 든 나무의 손끝에서 툭,
떨어졌던 나는 뿌리부터 몇 대를 거쳤소
그러니까 산자락 짐승의 족적이 내 출생신고요
전출입 장부의 바람이 내 이력이오
배나무의 계보(系譜)를 가진 돌배나무
비천(卑賤)하게 붙여진 내 딱딱한 이름이오
손바닥 뒷면 조용한 털이 내 성격이면
비늘 문양 각질은 내 저무는 저녁이오
난 다윈을 존경하오
그 왜 돌연변이 같은 사람 말이요
그러나 혈통을 인정 못 받는 나는
지금 피의 묵시록(默示錄)을 쓰고 있소
내가 지워질 때 잎은 썩어 거름이 되었고
꽃잎은 축축한 감정을 닦는 흰 손수건이었소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군대에서도 나는 무인도였소
여기 살아서도 죽은 비석(碑石)이 있소
천 개의 돌주먹을 공중에 흔들던 절규 적힌,
더할 설명 필요 없이, 피안(彼岸)의 시간이 왔소
송곳은 이쯤에서 문장 마침표로 꽂아두오.
댓글목록
나문재님의 댓글

그랬었소?
나도 그랬었소,
일테면 마이너이고 서얼이고 어깨너머로 글깨우친 가슴뜨거운 종놈이요,
그래서 지금은 백만 스물 하나 백만 스물 둘,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에너쟈이저요!
가슴 뻐근 하오!!ㅎㅎ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소외감은 누구나 겪는 것이겠는데, 그 대상도 여러가지겠는데
사회와 문화와 교육이 가꾸어가도록 해야지요.
나문재님처럼 다시 일어나는 풀잎이었으면 합니다.
고운 자락 감사합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절창이다.
김신용의 '영실'과는
전혀 다른
계보를 만들 수 있을 것 만 같은 ....
송곳을 마침표로 꽂아두는 절치는
어떤 부심을 갖고 있을까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절에 창문은 없습니다.
덕분에 "영실" 찾아 공부하였습니다.
부심은 없었는데 고려해보겠습니다.
오늘 태양은 델라페 아이스커피로 식히세욤.
石木님의 댓글

천한 이름인 나무 한 그루의 이력을 더듬어
이처럼 흥미진진하고 파란만장하게, 그리고 의미심장하게
이야기를 엮어내신 능력이 놀라웁습니다.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작명으로 인하여 곤경에 처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당사자로서는 얼마나 힘들까 싶습니다.
이름만 그렇겠습니까? 알고보면 정도의 차이일 뿐 모두 결점이 있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아끼고 보살펴주는 사람 사는 사회이길 바래보는데 참 어렵군요.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달고나 수박 같은 나날 되십시오.
활연님의 댓글

저도 Eomcheong Jotta에 한 표.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Danke Jie에 한 표.
최정신님의 댓글

아무도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하찮은 돌배...
돌배나무들이 거수경례로 경배하겠습니다
시인은 무릇 생명 없는 것에 생명을 넣어야 함이 필생의
사명이라면 이런것이 시야...라고 피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이대팔 정리하고 양 엄지 봉제선에 맞추고 시인님께 인사 올립니다.
무릇 만물은 공평해야 한다.
그 사명 받들도록 일깨워 주심에 감사합니다.
이벤트 한 개만 올리자니 그래서 퇴고해 본 것입니다.
덥지않도록 17일쯤 자연 선풍기 하나 더 보내겠습니다.
이름은 낭카이옵니다. 바람이 너무 쏄라나~^^
시엘06님의 댓글

생명 같지 않았던 것들이 생명이 되어가는, 당당히
생명이 되어가는, 목숨의 화려함으로 끝내 이어지는,
그런 힘찬 핏줄기를 느낍니다. 아름답고 힘찬 시입니다.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계시지요 잘?(무의님 도치법 인사 표절)
칭찬하신 죄로 중요한 시간에 전화로 괴롭힐 예정입니다.
상승하는 필력 무엇을 드셨는지 물어볼 것입니다.
답변 준비하세요.
아차, 무의님은 우체국을 다녀왔다고 신문에 났네요.
이종원님의 댓글

나는 돌배나무를 심고 싶어집니다
작지만 당당한 돌배나무로 열어서 지나가는 시객의 흥취를 돋고
그 터질듯한 육성으로 읖조리는 시의 찬가를 듣고 싶어서요
그저 돌배도, 꿀배도 아닌 어정쩡한 내 배는 시가 아닌 무엇이 가득차 있기에
부른 배는 돌배를 접붙이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분양하는 곳이 통영이라는 소리는 들렸소이다.. 동피랑 시인님!!!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이종원 시인님을 안 본 사람은 오해할 것 같습니다.
포용을 모르는 배에선 그 미소가 피어나지 못하죠.
여긴 비린내 나는 곳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생명이 살생되는 처절한 관광지입니다.
그러니 오셔서 자비심을 베푸신다면 영광이지요.
펄펄 끓는 꿀차를 마셨더니 시원한 느낌이 오네요.
따라 하시면 곤란합니다.
더운 날엔 썬한 냉커피를 권합니다.
골반나비님의 댓글

나 또한 돌연변이를 좋아하오^^
골반에서 나비가 팔랑거릴듯 하오^^
동피랑님 시가 아주 튼실합니다. 이 정도면 돌배나무에 바윗덩이만한 배가 열리겠습니다.
아이구 배야~~ 우짜꼬오~~배 아퍼서... ㅎ 멋지십니다.
오늘부터 또 더워진다하니 아무쪼록 시원한 선풍기 동피랑님 가슴에 주렁주렁 열리시길 바랍니다.
(저 빼고 다 열심히 해! 나는 설겆이만 열심히 해 ㅎ
아무튼 저는 저배가 아니고 영주배 관리 잘해야 되는뎅~~그쵸? ㅎ)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급히 가보세요. 산에 있는 부인과.
골반이 나비처럼 데칼코마니면 큰 인물이 예상됩니다.
DNA 형질은 시의 심연에서 퍼올린 것일 겁니다.
저는 걱정 마시고 배가 열렸으면 담배는 얼씬도 못하게 하심이~ㅋㅋㅋ
박하린님의 댓글

좋은시 함편 잘 감상하였습니다.
더운날 좋은시를 쓰면
오장육보가 시원하지요.
동피랑님의 댓글의 댓글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그런 시 한 편 쓸날이 왔으면 합니다.
박하린님의 물 흐르듯 출렁이는 시 덕분에 올 여름은 걱정 없습니다.
납량특집 같은 섬뜩한 시 쓰시고 상쾌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