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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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지우개
분홍색 지우개로 지웁니다
그대와 함께한 추억이 담긴
짧지만 길었던
온 세상이 벚꽃잎 물결로 뒤덮인
봄날 일기를
분홍색 지우개로 지웁니다
그댈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후
그날의 아쉬움을 연필로
꾸욱꾸욱
애정으로 풀어내던 날 일기를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다 지워져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분홍색 지우개 가루가
지워진 자리 위에
흩뿌려진 벚꽃잎처럼 남아
함께한 그 봄날의 기억을 부릅니다
잊으려 두 눈을 꽉 감았다
다시 눈을 뜹니다
한데
글썽이는 두 눈에
그때의 벚꽃이 일렁입니다
아마도
공책에 떨어진 눈물이
그때의 벚꽃을 피웠나봅니다
그런 나는 차마
분홍색 지우개 가루를
털지 못한 채
일기장을 닫아둡니다
그런 나는 차마
피워둔 벚꽃을
꺾지 못한 채
일기장을 닫아둡니다
댓글목록
황금열매님의 댓글

계약만료에도 나가지 않는 세입자가 마음에 살고 있군요.
애잔한 맘이 그대로 느껴지는 시, 누군가 그리운 맘으로 머물다 갑니다.
권한양님의 댓글의 댓글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