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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의 정신

이영균

투명한 눈동자들이 투명한 벽을 투시하여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홀 중앙엔 호화로운 원형 회오리 계단이 있었다

객들은 초대장을 접수대에 건네고 계단을 오르면서

단계란 격세지감을 그때 알았다

1층의 초대자에겐 신분 상승의

호화로운 회오리 계단 따윈 그림의 떡이었다

투명한 시선은 가식이란 육중한 벽에 막혀

앉은자리로 돌아올 뿐 더는 회오리를 볼 수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건 행사의 막바지

애초에 기둥이 부실하였기에

귀가 얇은 회오리 계단은 일순간에 주저앉았다

가까스로 탈출구를 향하는데

온갖 쓰레기들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진다

창밖에는 초대받지 못한 자들이 자유롭게 날며

투명한 눈으로 먼 미래까지 투시하고 있었다

밖은 굴레가 없이 자유로이 아무 곳에나 갈 수 있어

높은 산에 올라 허물어진 궁전을 바라보았다

마침표도 제대로 찍지 못한 저 오명의 공화국

집터는 본래보다 더 깊이 무너져

복구도 희박해 보인다

투명한 봉투에 또 투명한 초대장이 왔다

이번엔 계단이 벽 쪽에 나 있다

방 안이 환하게 펼쳐져 보이는 사통팔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