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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망각을 먹고 살기에 오늘도 살고 있다

머리는 작은데 지구보다 더 많은 생각,

다 집어 넣으면 머리가 무거워 고개가

부러 질 거야, 아니면 머리가 터져버릴 거야

나는 정신이란 것이 머릿속에서 돌고 돌다가

내가 돌아 버릴 거야

망각으로 잊을 건 잊으니 여백이 생기고

그 자리에 다른 것이 들어갈 수 있으니,

꼭 필요한 것도 잊어버리는 나는 가려면 가라한다

붙잡는다고 돌아올 망각도 아니니 보내준다

망각이나 건망증이나 같은 말이지만

망각은 하느님이 사람을 위해준 것

건망증은 인간이 늙어가는 과정이라 한다

망각아,

네가 있어서 나 같은 바보는 덕을 좀 본다

망각 아닌 건망증에 시달리는 때는 참 답답

할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포기해 버리고

하든 말을 멈춘다.

이건 병이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생각이 난다.

무슨 심보냐.

나는 저 의자에 언제부터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꽃향기가 좋다.

의자가 편안해서 그래서

행복하다, 예쁜 꽃 앞에 앉아서 망각이 나를

먹을 때까지 있을 거야 지금이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