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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걸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7회 작성일 17-04-25 21:39

본문

나무의 걸음


항상 그랬다

저 멀리서 그렇게 아득히

먼 거리에서 너는 나를 향해

그늘을 흔들어 대곤 했다

그러던 네가 오늘은 묏등을 너머

내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를 기억하는 몸으로

어디 갔다 이제 왔냐고

성큼성큼 내 곁으로 다가와

오래된 몸을 흔들고 있다

 

그 옛날

묏등을 베고 잠든 내 곁에서 책장을

스르르 넘기며 숙제를 봐주던 손

그 크고 너른 손으로

오늘은 내 이마를 몇 번 짚고 간다

어디 아픈 데는 없고

모두 편안하시고......

 

큰 걸음으로 돌아가다 몇 번이나

뒤돌아 서서 내게 묻는다

잘 살아야 된다고

또 볼 수 있겠냐고

까만 지전(紙錢몇 장

옷 섶 깊이 넣어 주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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