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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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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49회 작성일 17-04-26 07:15

본문

어머니

아무르박

삭풍이 불면 무릎이 시리다는 어머니

제 나이 얼마나 먹어야 어머니의 시린 무릎에

아들 걱정을 덜어 드릴까요

비탈진 산책길에 낭랑한 목소리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솔밭 셋 길에 앉아 봄 햇살에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시던 어머니

야야 네가 여기 우짠 일이고~

물음에 답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오는 어머니

일요일 아침이면 이처럼 산에 오르시고

무릉에 첩첩산중 외 골기 문간방에 홀로 적막함을

산새 울고 꽃이 피다가 나무그늘에 숨을 고르는

너른 솔밭 평상 위에 시름을 눕히시다가

허리 디스코를 치고 손사래로 물구나무 풍차 돌리던

그곳이 여기였습니까

청포 꽃 피면

올챙이들이 개구리 합창을 하겠지요

제 이름을 찾는 개망초꽃

흐드러지게 핀 산길에 봄나물이

밥상 위에 오르면 며느리 구사리

망초 나물 이었습니까

조갯살에 뽀얀 봄 향기 우러나오는 봄 쑥국

쑥버무리나 해 먹었으면

입안에 감칠맛 도는 배고픈 시절에 긴 터널을

어머니 우리 아이들은 알까요

그리고 건네준 꼬깃꼬깃

서울역에 노숙자 같은 종이컵에 막걸리 반 컵

퇴근길이면 어머니 생각에 사 오던

그 막걸리였습니다

이가 시려 냉장고보다 창틀에 두고 먹으면

참 좋다~시던

어머니의 막걸리

톡 쏘는 맛은 간곳없고

초처럼 시큼한 맛에 저는 놀랐습니다

귀먹고 눈멀어도

입맛을 잃어버리면 죽는 세상인데

간밤에 보쌈 고기가 상한 줄도 모르고 드시더니

위 경련에 시름시름 곡기를 달래시던

어머니

반찬 설거지는 제발 하지 마세요~

역정을 내던 제 모습은

한없이 산비탈을 구르는 돌이었습니다

이 산길을 저는 올랐습니다

저 사는 울타리가

좁디좁은 단칸방이

얼키설키 신문지를 바른 축 처진 천장이

그나마 반듯한 사각형이었으면~

모로 누워 쉬던 한숨이

도시의 밤 별들은 솜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데

삭풍이 불던 눈 덮인 새벽에

은하수를 보려 하면 무작정 산을 올랐습니다

발아래 펼쳐진 세상의 등불

구심점을 잃어버리면 점점이

사람이 사는 마을은

촘촘히 가슴골 셋 바람에 알알이 박히는

승냥이를 따라 오른 오솔길 끝에

이름 없는 암자의 구도 승의 마음이 이처럼

시려 올까요

주머니가 비면 속세의 마음은

지옥의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을

어린 마음의 상처였다는 것을

어머니

가난한 집 자식은 철이 일찍 들었습니다

가난이 가난인 줄 모르고 살았던

울 안에 삭풍을 막아주던 판잣집도 아니고

모로 누워 비좁던 마른 모의 천정도 아니고

부뚜막에 펄펄 끓던 솥단지 속에 아침

세숫물도 아니고

어머니의 품에 잠든

가족을 깨우치는 일이었음을

이 아들의 품에 아들을 품어 알았습니다

어머니

귀 멀어지고 눈

어슴푸레 기억 멀어져도

봄 쑥국에 망초 나물 핀 산길에

쑥덕쑥덕 숟가락 장단에 밥그릇 비워가던

그 한때를

정령 그리워 불러 볼 날이 하루가 하루 같아

날마다 문안 여쭙고 싶습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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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09님의 댓글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4-26 08:59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