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방황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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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방황 자
새벽은 아직도 까마득한 시간
도심의 골목은 텅 비어
가로등 불빛도 초라한 모습
밤거리를 헤집는 고양이들
낮고 느린 발걸음 속에
으스스 밤기운이 몰려온다
무심코 TV를 켜는 것은
무거운 침묵을 깨는 일,
실성한 여자처럼
화면에 낯선 배우가
조롱이나 하듯 히죽대고
잠시 창밖에 별이 두어 점
선을 그으며 사라지는 순간
건너편 아파트에 불빛이
하나씩 살아난다
화들짝! 친구를 만난 듯
그곳에 누군가 깨어 있을
궁금 속에 안위도 잠시
아내가 한마디 내뱉는다
당신 같은 사람이 건너편에도
한 사람 살고 있구려!
그리고 덩달아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정리하는
엊그제 지출한 용돈 명세
입출금 정리를 하는 모양이다
눈뜨면 할 일 없이 도심을
방황하며 주전부리 뿌린 돈
이달에 얼마가 삭감될까
노년에 하얀 머리 한 움큼씩
떠도는 마음이라 정 붙일 곳 없다
해가 져도 어슬렁대고,
달이 떠도 어슬렁어슬렁
가로등 불빛 따라
방황하는 골목길
희망과 꿈, 제어가 풀린
어슬렁어슬렁 밤거리를
정처 없이 헤맨다
살아있지만, 맥이 빠진
흔들리는 노년에 생활은
황혼에 꽃 한 송이 마지막 꿈도
바람처럼 지나가는 세월을
이른 새벽 혼자 나서는 길
한 줄기 바람이 등을 훑는다
꽃이 지듯 가는 길, 사랑을 남기라고.
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일본의 어느 여교수라든가 하는 이가
‘낙엽 족’ 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납나다.
늙어 할 일 없어 아내에게 기대는 룸펜들을
빗댄 이야기라는데, 아무리 부정해도
이미 그 부류에 든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오, 나의 생의 마지막 불빛이여! 꺼지지 않는
촛불이나 되거라!
슬픕니다.ㅎㅎ 감사합니다. *^^
두무지님의 댓글

갈 곳은 오직 한 곳 뿐인
노년의 자화상 입니다.
이런 글은 써서 안되는 것 같습니다
공감해주신 추시인님! 오랜 시간
무탈 하시기를 빕니다.
감사 합니다.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두시인님 연세가 어케 되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론 100세 넘어 120살도 산다고 합니다
노년에 자화상이라면
아주 훗날 쓰세요
100세쯤 되실때요
항상 건강 하시고요
두무지님의 댓글

앞만 보고 살아온 세월이
어느 덧 임계점에 도달한 듯,
희망 없는 생활처럼 느껴지는 현실을
푸념해 보았습니다.
아무튼 글처럼 행동은 하지 말아야 겠죠
감사 합니다.
callgogo님의 댓글

세월 앞에 무너지는게 인생이라지요.
누구나 격는 일상을 진솔하며 리얼하게 잘 보이셨네요.
공감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잠시 일탈 했습니다
누구나 늙어 가는데 혼자 늙는 것처럼,
감사 합니다
평안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