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 반디화 - 최찬원 > 창작시

봄이오면
  반디화/최찬원

그 겨울 가고 따뜻한 봄이오면
해맑은 창가에 앉아
도란도란 옛 얘기 들려주시던
울 엄마가 생각난다

앞마당에 커다란 석류나무 한그루
늘어진 가지에 노란 새순이 나면
베란다에 걸터앉아
말없이 침묵하시던 엄마 생각난다

동트는 새벽에 이른 잠 깨셔서
그날의 일기를 예언하시던
울 엄마 생각날 땐

영정으로 모신 사진 앞에
따끈한 차 한잔 올리며
생전의 모습 그리면
나도 몰래 눈물이 흐른다

얘들아 올봄엔
고향 한번 가자 하시더니
그 봄 오기 전에
먼 길 떠난 울 엄마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나 모르는 고향 옛 얘기
도란도란 들려주시던 울 엄마
아니 계신 지금 들을 곳 없어
저 하늘에 귀 기울입니다

거년에 떠난 봄은 말없이 돌아와
포근한 햇살이 어머님 방을 찾건만
어이해 울 엄만 아니 오시나?
어머님 그곳엔
봄이란 계절이 없으시나요?

떠나신 지 그 벌써 몇 해이건만
하루도 잊어본 적 없는 소자
그리움에 몸부림치며
오늘도 어머님하고
저 하늘에 목놓아 불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