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9, 봄 타는 무덤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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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9, 봄 타는 무덤 /秋影塔
봄을 앞에 부려놓고 겨울은 아직도
무덤가에 서성거리고 있다
보푸라기 살밥보다 더 짧은 옷을 걸치고
나목은 여인인 양 곁에 와 선다
젖무덤처럼 무덤이 살아난다
고개도 내밀기 전에 캐 가던 손들로 하여
종적을 감춘 할미꽃의 기지개로 일어서는 잔디
아직 구어지지 않은 몸에서 지문 먼저
떨구는 봄,
꽃샘 눈길에 떨고 있는 민들레를 옆에 두고
두어 잔 봄 섞인 매화주를 마시고 취한 나를 만나면
누워 청람이나 희롱하던 무덤
먼저 간 이의 주사라도 되살아나는지
비틀거리며 일어서는데
반나절 영혼으로 마주보던 우리는
유체(遺體)로 만나 봄을 타고 있었나 보다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봄을 타는 무덤,
무덤도 살아서 꿈틀대듯한 기운을
봄 속에 잘 묘사 하셨습니다
시의 생각이 늘 기발한 경지로
인도되듯 합니다
더 좋은 글과 행운을 빌어 봅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파릇파릇 돋아나는 무덤의 잔디,
언제나 피어있던 할미꽃은 요즘에 구경할
수가 없습니다.
계절을 타는 사람이 있듯이 계절에
민감한 무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오후 맞으시고,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
김태운.님의 댓글

ㅎㅎ, 봄기운으로 유체이탈하셨군요
어느 우주기운처럼...
머잖아 할미꽃으로 피어날
그 누구처럼...
그 정신 지금쯤 제 정신일까만,
추님께선 정신 바찍 차리소서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힘 있는 사람들은 연일 방망이에
죽창에 욱각 빠루까지 앞세워 난리니
이 놈의 봄은 누구를 위하여 오는
것인지....
왠지 좀 수상하게 돌아가는 지구입니다.
육법 중 하나도 모르는 꽃들은 '법과
질서' 속에서 차례로 피어날 텐데,
법을 만들어 놓고도 지키지 않는 인간들은
꽃을 쳐다 볼 자격도 없으려니...
감사합니다. ㅎㅎ 봄입니다. 봄, 봄... *^^
책벌레09님의 댓글

환상적인 언어입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황상적인 감성을 가진 분들이 읽으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