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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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아무르박
아들아
먼 여행에서 돌아오면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프다
네가 여행을 떠났듯이 나도 날마다
여행을 하고 있었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약속은 잊은 적이 없다
세상 끝 그 어디에 있어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쉬운 것 같구나
네 엄마를 찾아 왔듯이
나도 내 어머니를 찾아 왔다
네 피가 뜨거울수록 더 멀리 가고 싶지
네 삶이 궁핍해질수록 더 많은 욕심을 내지
갈림길에서 선택을 요구하면 망설여지는 날이 더 많아질 거다
이 길이 아니다 생각하면
언제나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용기다
사랑이 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늘 생각나는 사람
밥상머리에 앉아 함께 밥을 먹는 사람
저녁에 차 한잔 끊여주고 싶은 사람
매일 안부를 묻고 싶더라
숲에 둥지를 버린 어미 새는 다시 둥지를 찾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을 몰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꽃피고 녹음이 우거지는 그 한때를 잊은 까닭은 아니다
모이를 물어 날아들던 그 아침을 어찌 잊을 수 있었겠니
네가 날갯짓을 배운 날부터 저 허공은
온전히 너의 것이어야만 했다
혹독한 겨울이 오기 전에 새 둥지를 지을 거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지
숲이 아름다운 것은 네 둥지에 새끼 새가
어미 새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
어떤 보상심리도 네게 위안이 될 수 없다
어떤 허물도 네게 좌절일 수 없다
선택에는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회안의 삶이라는 것을
너도 알게 될 것이다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랑이란 이름으로 미화시키는 힘을 가졌다
그 추억 속에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 함께할 거라 믿고 싶다
사랑은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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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LA스타일님의 댓글

아버지란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쏟아질거 같습니다..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한뉘님의 댓글

세상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식을 사랑하면서 살며 느꼈던
아버지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져 옵니다
자식에게 전하는 말인 동시에
아버지 자신에게도 보내는 편지인지도...
좋은 시 머물다 갑니다
편안한 하루 맞이하십시요^^
아무르박님의 댓글

바쁜 시간을 쪼각 시를 쓰다보니
댓글이 인색했습니다.
아들이 군에서 휴가를 나왔습니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