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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752회 작성일 17-02-23 11:12

본문


아버지의 편지


아무르박


아들아
먼 여행에서 돌아오면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프다
네가 여행을 떠났듯이 나도 날마다
여행을 하고 있었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약속은 잊은 적이 없다
세상 끝 그 어디에 있어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쉬운 것 같구나
네 엄마를 찾아 왔듯이
나도 내 어머니를 찾아 왔다

네 피가 뜨거울수록 더 멀리 가고 싶지
네 삶이 궁핍해질수록 더 많은 욕심을 내지
갈림길에서 선택을 요구하면 망설여지는 날이 더 많아질 거다
이 길이 아니다 생각하면
언제나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용기다

사랑이 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늘 생각나는 사람
밥상머리에 앉아 함께 밥을 먹는 사람
저녁에 차 한잔 끊여주고 싶은 사람
매일 안부를 묻고 싶더라

숲에 둥지를 버린 어미 새는 다시 둥지를 찾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을 몰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꽃피고 녹음이 우거지는 그 한때를 잊은 까닭은 아니다
모이를 물어 날아들던 그 아침을 어찌 잊을 수 있었겠니

네가 날갯짓을 배운 날부터 저 허공은
온전히 너의 것이어야만 했다
혹독한 겨울이 오기 전에 새 둥지를 지을 거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지
숲이 아름다운 것은 네 둥지에 새끼 새가
어미 새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

어떤 보상심리도 네게 위안이 될 수 없다
어떤 허물도 네게 좌절일 수 없다
선택에는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회안의 삶이라는 것을
너도 알게 될 것이다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랑이란 이름으로 미화시키는 힘을 가졌다
그 추억 속에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 함께할 거라 믿고 싶다
사랑은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기에












추천0

댓글목록

한뉘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식을 사랑하면서 살며 느꼈던
아버지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져 옵니다
자식에게 전하는 말인 동시에
아버지 자신에게도 보내는 편지인지도...
좋은 시 머물다 갑니다
편안한 하루 맞이하십시요^^

아무르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쁜 시간을 쪼각 시를 쓰다보니
댓글이 인색했습니다.
아들이 군에서 휴가를 나왔습니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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