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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의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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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거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7회 작성일 17-02-23 19:30

본문

<두목의 도리>


추운 밤 지새우며 

자신도 벽이라고 우기는 셔터를 들어 올리자
갇혀 있던 어둠이 우렛소리를 지르며 도망간다
저녁이면 어디론가 사라지곤 하는 덩치 큰 두목이
사냥터에서 돌아왔다고 개들이 신났다
졸졸 따르며 잡아 온 먹잇감을 보자는데
남은 삼겹살을 식당에 두고 와 빈손이지만
지난밤 사냥이 쉽지 않더라는 표정을 짓는다
허탕 치는 사냥에 개들은 관대하다
그 대신 함께 들녘을 거닐며
놓친 사냥감 냄새를 쫓아보자고
낫 같은 꼬리를 흔드는 것인데
봄이 코앞인 요즘은 왠지 더 춥고 시리다
사료 한 바가지 야근수당처럼 퍼주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자
앞다리 모으고 외출을 기대하던 개들이
고개를 떨어뜨린다
저 두목 같지 않은 인간이 손에 쥔 것을 들여다보며
온종일 어림없는 사냥감을 찾는다는 걸
이미 다 아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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