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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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바람 들어 둥 떠있는 것이다.
너희 사이에 섞이지 못하고
보란듯이 둥 떠있는 것이다.
보란듯이.
뒤뜰에 매어놓은 송아지처럼
텅 빈 눈동자로
멍하니 흔들리는 것이다.
살랑살랑.
나 하나 가누지 못해
일렁인다.
곤두박질친다.
두려운 것은.
터져버릴 나
날아가 버릴 나
쪼그라들 나
세상은 왜 이리
날카롭게 중무장했나
이렇게 흔들려도 되나
그냥 터져버리고 싶다.
아이의 손에 붙잡혀
바람에 흩날리는 너희들을 바라보며
그토록 부러웠다.
조만간 하늘높이 부유하는 너에게
단말마같은 울음을 쏟아내는
그 아이의 손에서 벗어나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하늘 끝에서 터지게 될
네가 너무 부러웠다.
나는 영영 알지 못하리라.
다 스러져 가는 낡은 놀이공원
마지막 남은 솜사탕 아저씨
그리고
먼지 잔뜩 머금은 잿빛 동그란 풍선, 나.
오늘은 많이 파셨나요?
어머니의 손을 꼬옥 잡은
새까만 꼬마아이의 웃음은 보셨겠죠.
저라도 보았답니다.
차마 풍선은 갖고 싶을 수 없었던
조그만 소년의 두 눈을 보았습니다.
이제 이별할 시간.
너무 길었던 생을 정리하며
두 눈을 감는다.
내일은 비가 왔으면 좋겠다.
아무도 놀이공원에 오지 못하게
또 다른 내가 흔들리지 못하게.
어라,
아저씨!
둥실 떠오르는 몸을 느끼며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에게
고개숙인다.
이렇게 생겼구나
우리 놀이공원.
생각처럼 기쁘진 않다.
오히려 아득해진 풍경에
나만 홀로 남겨졌단게 두려울 뿐
멀리서 바라본 도시는 그저 반짝인다.
그저 아름답다.
저기 어단가에 살고 있을
새까만 소년.
하늘 끝에서 너에게로
휘청이며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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