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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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의 나이
이영균
밤새 쏟아지는 함박눈
처마 끝에 챙처럼 쌓이다가
제 설움에 무너지던 사내인 양 부러지면
수북하던 지붕은 정수리부터 무너져
잠결에도 담벼락 아래
서러움의 눈 무덤을 지었다
사뿐한 피아노 선율에 닫지 못함을
편지를 전하고 온 아이
묵묵한 눈 속에서 읽으며 그녀를
교만하다 속물이다 비약하다가
고백 한번 못해본 채 돌연 속물이 되어
그 밤의 눈 무덤처럼 죽음이 되고 만 사내
돌아보면 아이도 소녀가 좋았다
부유한 척은 허세인 줄 알면서 속아주고
목숨 걸고 익사 직전에 구해주고
도둑 누명 쓰고도 원망하지 않아
거짓을 실토하는 진실을 얻어낸 아이
전학 가기 전 좋아한다 말하는
그 밤의 눈 무덤을 넘어 핀
아홉 살
댓글목록
박주곤님의 댓글

주옥같이 빚어낸 아홉살의 발자취
함께 걸어봅니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박 시인님.
새해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책벌레09님의 댓글

"밤새 쏟아지는 함박눈"을 좋아하는 "아홉 살"처럼
잘 감상했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감사합니다. 정 시인님.
눈꽃의 나이는 아홉 살입니다.
누꽃은 나이가 들면 얼음이 되었다가 녹아 사라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