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맥락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연인의 맥락
비 오는 밤에는
연인들이 주르륵 빛바랜 상자를 열면
흰 곰팡이 핀 추억이 빗방울에 톡 튀겨,
우산을 마주 잡은 출출한 손에서 꼬르륵거리는 잡음이 섞여 나옵니다 초대장을 내밀고 습속을 재현해야 합니다 철 지난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는 빗속의 몸부림입니다 나는 오래된 연인입니다
연인을 위해 장식을 준비하는 손끝에 부러움이 앉아 탁자에 꽃다운 그림을 그립니다 소중한 나의 임무입니다 태어난 날에 대한 그리움처럼,
눈빛 속에 미소가 빛나고 스치는 손을 잡는 가슴에 쿵쿵거리는 발걸음을 조심해야 하는 날도 있습니다 달콤한 향기가 낯선 이웃에 묻어나도 좋은 밤이 달아날지도 모르니까요
비 오는 창가에 저 연인은 빗줄기만큼이나 사연이 흐르고 있을 테지요 궁금하지 않습니다 내 이야기가 궁금한 너도 잠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이동하겠지요 철새가 그러하듯이
초밥을 먹으면서 스테이크를 생각하는 간격이 마주한 거리만큼 젓가락이 타닥거리고 있어요 다가오는 눈빛에 눈물이 글썽이고 있어요 눈물은 흐르지 않아요 숨겨진 마음이 더 아플지 모르니까요
나의 문법은 아니지만
계산서를 생각하는 슬픈 표정은 곧 우울을 소환할 거예요 어두워진 이유는 나의 몫이 아니지만 달다함으로 채우고 싶어요
무료로 아이스크림을 드릴게요
이제는 괜찮을 거에요
다투던 문장은 사라지고
연인은 상큼한 말로 떠날 거예요
문 닫을 연인의 시간이에요
추천0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생각을 담구었다 갑니다
한참을...
호남정님의 댓글

누추한 곳에 머물러주신 은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