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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9회 작성일 17-02-01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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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박



103번 버스가 지나가고
차창에 배달된 노을은
오늘을 내려놓지 못하고 그냥 스쳐 갔다
도시의 사람들이 정류장에 왈칵 울음을 토하는
저녁 6시
추워야 김을 토하는 만둣가게 아저씨
길게 늘어진 줄에 신이 났다

이미 식어버린 꽈배기에 점철된 하루
도넛츠처럼 고소할 일 없을 것인데
이제 막 배달된 고독과 어둠
그리고 나 지금 우리는
가로등이 먼저 알고 불을 켜는 도시를 공유한 순간
저마다의 휴대전화기에 뛰어든다

자기 함정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볼거리 읽을거리
자신의 감정을 속여 둘 가십 기사에 골똘해야 한다
돌아갈 곳을 아는 사람들의 퇴근길은
또박또박 리듬을 타고
봐라
얼마나 경쾌한가

가슴에 빈집을 두고 있는 사람은
저것은 분명 꽃이었다 생각할 때
벽을 타고 눅눅하게 젖어 오르는 곰팡내와
달방의 밀린 월수금 같은 싱크대에 설거짓감이 산을 이룬다
잠수함을 타고 침몰하면 소리마저 침몰할까
화장실의 녹물 맺힌 소리
방울져 떨어진다

이별이 무서워 약속 시각을 정하지 않았다
이 밤은

이불가게에 내려진 셔터 소리처럼 철퍼덕
눈치 볼 것 없이 그 집 앞에 주차한 포장마차
오늘의 최종회
막장 드라마의 포장을 열면
누구나 반겨 주는 어묵 국물 한 종지와 소주
주린 배 창세기 만큼 먹어봐라
늘어진 메뉴를 읽는다

태평양의 항해를 기억할까
한물간 동태눈 깔
조기요 여기 아니 조기요 조기라니까요
홍합이라 부르면 양식이지요
아따 아저씨 자연산은 섭이라니까요
어머니가 생각난다 꼬막에 양념장 얹으면
볶을까요 데칠까요 오징어 꼼장어 주꾸미
막 썰어 한 접시 멍게 해삼 병어
딱 한 점만 먹고 싶다
씹을수록 고소한 천엽
아줌마 족발 보톡스만 하지 말고 닭발 보톡스도 해보라니까요
돼지 깝데기는 더 귀가 막혀요
파 기름에 매콤하니 볶아내면 끝내주지요 오돌뼈
이건 단골만 주는 거 알고 있죠
돼지 코 혓바닥 가끔은 귀때기
새우젓에 쿡 찔러야 해요 볼때기가 부풀어 오르게
이쯤 되고 보면 얼른 주문을 해야죠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여기서 멈춰도 좋을 것 같은데
늘 들어도 날이 시퍼런 말
아따 이런 잡것들이 누군 땅을 파서 장사를 하남

굶주린 내 곱창을 위해 남의 곱창을 볶아야 하다니
냄새는 비릿할 수록 당면은 퍼질수록
깻잎으로 살아나는
곱창볶음을 주문하면 풍만해지는 삶
부어라 마셔라 모자라면 한 병 더
자정을 넘어서면 어떻게 집에 왔나 행적이 끊어진다

갈증에 새벽을 여는 밤
냉장고 앞에서 왈칵 눈물이 치받는다
나는 왜
여기 변방에 이름 없는 장수로 출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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