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숙자의 설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어느 노숙자의 설날
싸늘한 지하도에
비몽사몽 단잠에 빠진 시간,
설렘 반, 두 근 반 고향길
어렸을 적 흥겨운 농악 소리
흠칫 놀라 잠이 깬다
고향은 노을처럼
피었다 졌다 하는 것,
하얀 눈 내리면
어머니 하얀 치마폭에
한없이 편이 잠들고 싶은
가로수 빈이지 울음에서
어릴 적 정자나무 신음을,
스산하게 지나는 바람 속에
부친의 해수병 기침을 듣는다
초여름 보리가 익는 소리
마파람에 흔들대며 새근새근,
가을이면 홍시가 풍년 속에
군침에 유혹을 일으켰을
고향길 유년에 몰입한 순간
왁자지껄 소란이 일어난다
입구에 윷판이 벌어졌다
누구나 통과하기 위해서
號牌 稅가 필요했다
길을 가로막고
그물망처럼 좁혀온다
아직도 동료는 깊은 잠에
무념무상 꿈길에 빠져있다
서둘러 낯선 아저씨에게
촌지를 건넸는데 기분이 좋다
꿈에라도 가보고 싶은
해 질 녘이면
집마다 등불이 걸리고
서울 간 가족 이제나저제나
잠을 자면 복이 새 나간다고
긴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하던,
정겨운 가족이 사무친다
부엉이 골 부엉이 울고,
앞 뒷산 낯익게 다가선다
너희들 福 주러 왔다!
아! 고향은 못 말리는
영원한 추억에 소나타
참을 수 없이 복받쳐 오는
얽히고설킨 가슴에 그랜드 캐논
노숙자의 저 먼 고향길
꿈처럼 어느새 하얀 세상,
길을 막고 많은 눈이 내린다
저 먼 고향 집 홀로 고이 잠든 채.
댓글목록
callgogo님의 댓글

고운 마음을 쓰시고,
고운 마음이 아름다운 고향을 찾았군요.
고향은 시인의 아름다운 마음에 미소짓고 있겠습니다.
언제나 향수에 젖게 하는 고향!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깊고, 아름다운 시향에 오래 머뭅니다.
고맙습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누구나 삶은 별 것도 아닌
노숙같은 삶이라 결론을 내려 놓고,
저 자신의 치부를 써 보았습니다
점점 각설이 타령같은 글이라서 올리기도
민망하고 두렵습니다
곱게 읽어 주셨다니 우선 마음이 놓입니다
감사 합니다
오늘도 진심어린 안부를 보냅니다
행운과 건강을 빕니다.
책벌레09님의 댓글

따뜻한 시심, 머물다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두무지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 합니다
글 내용은 무척 차가움 자체 입니다
누구나 헐벗은 삶이 죄는 아닌 것 같아
그들의 생활에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귀한 발걸음 온기를 느낍니다.
저도 평안과 행운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어떤 사람은 휘황한 아방궁이
무너져 잠 못 이루는데,
이밤 어디선가 추위에 찌들은 잠은
얼마나 저려올까 생각을 해 봅니다.
말이 노숙이지 잠이 제대로 오기나 할는지
말 한마디에 몇 백억을 선뜻 바치는
재벌, 님들!
꼴이 꼴이 아니니 나라에 층층으로
계단진 삶들이 언제나 따뜻한 방에
몸 누일까?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
두무지님의 댓글

부족한 글에 댓글로 답해주시니
늘 고맙습니다
설 연휴 잘 보내셨으리라 믿습니다
가내 평안과 행운을 빌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