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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보내는 편지

-윤상원 열사님께

저승에서는 안녕하신지요. 그대 잠든 곳 이승에서 그렇게 헤매던 곳에서

사소한 편지 한 통 보내오. 우레와 같았던 군화발소리도 이젠 없소.

압박해오던 지난 시간들로부터 퇴소를 함과 동시에 바래진 기억들에

이승의 모습이 낯설 뿐이겠죠. 당신이 바라던 세상은 어느 정도 이루어

졌으나 이런 편지의 까닭은 당부 할 것이 있어 보내오.

짐승새끼도 자기 자식새끼 잃어버리면 마음 썩어 문드러지는 냄새가 천리

밖에 진동하는데 그것이 사람이면 오죽하겠소.

당신이 있는 저승에서 길 잃고 헤매는 아이들이 보이거든 속상한 마음에

여기가 어디라고 왜 왔냐고 질타하며 묻지 말고 그저 꼭 안아주오.

‘가만히 있으라’라는 모진 말조차 말 잘 듣던 착한 아이들이오.

속상한 마음에 눈물짓지 말아주오. 세상이 다시 거꾸로 돌아가는 거냐,

라는 질문도 하지 말아주오. 그저 꼭 안아주오.

오늘이 천일이 되는 날이니, 행여 만나거든 전해주오. 이제 집에 돌아가라고.

팽목항에서 기다린다고.

-어느 젊은 무명의  글쟁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