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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귀갓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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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47회 작성일 16-12-16 08:55

본문

먼 귀갓길

 

이영균

 

 

퇴근길 버스 시간에 맞춰 나서다 깜박

안경을 벗어놓고 나왔다

버스번호도 정류장 이정표도

희미하여 읽을 수가 없어 짐작으로

길 주름 접듯 꾸기며 간다

 

달력 칸 지우듯 모자이크 일품인 타일 가게 지나

사람들 북적거려 분주한 양품점 지나

눈요기로 일상 다 읽어낼 것을

눈을 씻고 봐도 어둑해진 거리는 안개 속 같아

지하철로 갈아탈 정류장에 도착했는지

짐작만으로 내려야 하기에 초조하다

안경만 썼었더라도

졸며 가도 내릴 곳이 환하게 떠올라

암홀 하던 백수 때 같진 않아

퇴근길이 북에 실 감기듯

깔끔했을 것인데

 

어둠이 길의 경계를 뭉그러뜨릴 때 같아

껌껌한 나의 눈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가

퇴근길 1시간여가 천 리 만길 같은 날이었다

현관문을 열어주는

아내의 얼굴 뽀얗게 어여쁨에 그제야

웃음이 돌아온다

 

 
추천0

댓글목록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감사합니다.
긴 터널 끝에서 빛을 만난 격이였지요.
환한 아내의 얼굴은 말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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