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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寒溪嶺)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754회 작성일 16-12-16 22:33

본문

한계령(寒溪嶺)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

더는 내 디딜 자리가 없어

이리저리 흔들리다 내 몸이

먼지처럼 사라질 것만 같아 나는

주섬주섬 몇 일을 챙겨

한계령에 올랐다

 

안주머니 깊은 곳에서

오래된 이야기들을 꺼내어

시름은 시름대로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내 지난 시간들을

순서대로 허공에 펼쳐 놓았다

 

잘 가거라

그리운 이여 안녕......

세상 무엇보다 따뜻했던 가슴

알뜰살뜰 부지런 했던 손

여기저기 잘도 다니던 겁 없던 발목까지

나는 그리웠던 순간들을 하나둘 넘겨보며

친구의 안녕을 고개 너머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내세(來世)는 물어 무엇하겠냐마는

다음 생엔 부디 목숨이 없어

슬픔이 없는 온전(穩全)한 몸으로 내 곁에 오라고

부서지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는

바위처럼 크고 무거운 이름으로 내 곁에 오라고

나는 몇 장의 노잣돈을 챙겨

바람결에 흘려보내고 천천히 고개를 내려왔다













추천0

댓글목록

박성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래저래 부고가 잦네요.
얼마전 친구의 안녕을 생각하며 쓴 글인데......
마침표도 찍기전에 사촌매형의 부고가 또 날라오네요.
몸도 맘도 추운 계절입니다.
주말내내 상가에 있을 듯 합니다.

고나plm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 좋지만 특히, 둘째 연이 더 좋네요
애잔한 시,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전형적인 박시인님의 시다운 면모입니다

callgogo님의 댓글

profile_image callgog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웅다웅 사는 모습들이 너무 부질없는 세상입니다.
눈 만 뜨면 눈살 찌푸리게 하는 언론매체들,
시인님의 시상을 품으며 정화시켜 봅니다.
좋은 시 묵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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