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작은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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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작은 에너지
도심의 계곡 속 숨겨진 냉탕에서 한겨울 멱을 감는다
15세 소년 모한 훈련 중
엎어치기에 세상을 잠시 꺼꾸로 쳐다 보다 세차게 지구에 다시 떨어져 죽음에 이뤄야 하는데
죽기에는 너무 일러 전수한 낙법을 사용해
방어도 공격임을 터득코 생명을 부지한다
영하에 범벅이 된 땀 방울
동지 섣달에 호랑이 담배 물고 휴식을 취할 때
그 소년 펄펄 뛰는 가슴에
냉탕에 뛰어 든다
세상이 아무리 차가워도
얼음같은 냉기가 발가락 새를 차고 들어와도
형태를 유지한 소년의 형상은
유지된 명찰을 달고 50여년 지난 지금에도
그날의 버릇에
눈 쌓인 영하의 뚝 아래에서 버팔로 물고기와 사투를 한다
신사도를 잠시 잊고 그의 입 대신 뚱뚱한 옆구리를 꿰차고 미안해한다
그 냉탕의 기억 속에
긴 세월 살아남은 그 소년
두꺼워진 피부 껍질을 양파같이 베껴내며
알몸이 되면 또다시 흰 벨트의 도복을 꺼내 입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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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callgogo님의 댓글

지난한 세월의 두께가 용기와 자신감을 일깨우지요
살기위해 몸부림쳤던 호랭이 담배피우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올 한해 얼마 남지 않은, 날 줄 위에 복운이 가득 널리시길 축원합니다.
맛살이님의 댓글

콜고고 시인님
어려운 방문 고맙습니다
짧은 어린시절의 기억 중 좋은 경험은 종종 삶의 피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인님의 "추워 문고리 땡겨"의 깊은 시심
아직도 가슴을 멍하게 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좋아지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