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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부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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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725회 작성일 17-08-19 09:18

본문

 

 

 

 

 

 

 

포부 /秋影塔

 

 

 

아장아장 걷던 그 걸음부터 시작하여

엉금엉금 걷는 이 걸음까지

그 빛나는 발전과 퇴보를

나는 기록해 두지 못했다

 

 

보폭과 걸음걸이와 그 연출의 찬란함과

그 어깨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던 바람의

일거수이투족一擧手二投足을 담은 영상은 없으나

 

 

어쩌면 나는 달 몇 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겨 놓을만큼의 기력은 소모하였을 것인데

이제는 바람에 밀려갈 정도로

나른해졌고,

한 번도 바람을 앞질러 보지 못했다

 

 

그러니 살아서 산다는 것은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이어서,

세상에서 걸음이 가장 느리다는 나무를

따라 걷기로 했다

 

 

백년을 걸었고,

백년을 더 걷겠다는

포부를 가진 저 팽나무 한 그루가

나를 향해 보라는 듯 가장 느린 걸음으로

지나가며 손을 내민다

 

 

 

 

 

 

 

추천0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을 향한 포부!
빨리 걷는 다고 땡은 아니듯이 느리게 가도
정도를 가야할 둣 합니다.
명언 같은 시 귀절이 감탄스럽기만 합니다
건필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풀 꺾인 등신의 넋두리겠지요.
입추의 여지없이 가을은 오고 갔는데,

그 가을이 또 곁에 와있습니다. ㅎㅎ

이 가을에는 빛이 나는 문운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두무지 시인님! *^^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포부란 일종의 욕심입니다.
언감생심, 어찌 팽나무의 최고 존엄을
흉내나 내겠습니까?

팽나무 한 그루가 가지 속에 품은 바람만도 한 계절
부는 바람만큼은 될텐데.... ㅎㅎ

감사합니다. 테울 시인님! *^^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무들은 정말 오래사는 나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느리게 가야지 가능한 일이겠지요

산다는 것은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이어서,

많은 생각을 해주는 글입니다
추영탑 시인님 좋은시 감사합니다
평안한 주말 되십시요^^~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무도 얼마나 걷고 싶었으면 신의
계시를 거부하고 걸음을 옮길까요?

이 불가사의 속에서, 인간은 생존을 위해
너무 많이 걷습니다. 이제는 나무를 따라갈
나이... ㅎㅎ

감사합니다. 라라리베 시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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