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지다 > 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 이달의 우수창작시 발표
  • 시마을 공모이벤트 우수작 발표

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

(운영자 : 최정신,조경희,허영숙)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등단작가및 미등단 작가 모두가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 시는 하루 한 편 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금품을 요구 하거나 상업적 행위를 하는 회원이 있을 경우 운영위원회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수렁에 빠지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87회 작성일 15-07-08 07:17

본문

수렁에 빠지다

  

불룩한 산그리메의 지퍼가 열렸다. 그 열린 틈새로 발그레한 햇살덩이가 쑥 삐져나온다. 눈 부신 햇살에 몇 날 며칠 굳게 닫혔던 문이 한겹씩 열리고 풀잎마다 영근 이슬에 눈이 아롱거린다. 연녹색 풀의 맥을 따라 흐르는 천상의 눈물, 어느새 내 걸음은 풀잎에 어른대는 수만의 태양에 취한다. 나는 단정한 아침을 물리고 외딴 집이 있는 호숫가로 간다. 당신과 파란 하늘을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한 때가 언제이던가?. 당신과 손잡고 오르던 나지막한 언덕, 이제 그리움도 가고 없는 언덕에서 아련한 기억 한장 들춰내니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콧등을 타고 넘는다. 연막처럼 번지는 호숫가 물안개, 진녹빛 배경을 듬성듬성 지워내고 있다. 두툼한 베일을 벗고 다시 엷어지는 물안개, 인적 끊긴 호숫가에 멀리 산새소리만 똘망지다. 호숫가로 길게 이어진 선명한 발자국, 둘이 아닌 하나의 긴 흔적, 남몰래 먼저 앞서간 세월이었다잔물결에 넘실대는 고운 빛.

  

 

물이 맑다고 빛이 곱다하여 꿈을 꾸듯 무심코 내딛는 내 걸음은 호숫가 무른 진흙에 빠져들었다. 나에게 있어 늪이고 깊은 수렁이었다. 물이 빠지고 속을 드러난 진흙 수렁, 수렁에 빠진 발목을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버둥일수록 헤어날수 없는 내 일상처럼, 더 깊게 박히는 발목, 그대로 발목은 잡혀 있었다. 다시 돋아날 아름다운 앞날을 위해 깊이 빠진 발목을 건져내야 했다. 나리꽃 핀 드넓은 초원에서 삐쫑삐쫑 노래하는 한 마리 새처럼 살고픈 마음, 늘 정확히 분획된 일상에서 한없이 이탈을 꿈꾸는 삶, 속 무른 세상에서 차근히 발목을 빼듯 속에 품은 무거운 짐을 버리고 잰걸음으로 걸어가야 한다. 허벅지 근육을 부풀려 깊이 뿌리내린 발목을 빼내야한다. 물을 가득 품은 진흙투성이 호숫가, 발목 잡는 진흙 수렁이 깊을수록 그 흔적은 오래도록 남는다. 호숫가 물이 맑다하여, 빛이 곱다하여 진흙수렁에 다가서지 않으련다. 아직 허벅지가 아프다.

 

 

 

 

글쓴이 : 박정우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2,862건 327 페이지
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2 금사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6 0 07-08
41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0 0 07-08
40 시마을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1 0 07-08
39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1 0 07-08
38
<이벤트>섭정 댓글+ 1
水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2 2 07-08
37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7 0 07-08
36 江山 양태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8 0 07-08
35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6 0 07-08
34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5 0 07-08
33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5 1 07-08
32 활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3 0 07-08
31 금사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9 0 07-08
30 徐승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1 1 07-08
29 van beethove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0 0 07-08
28 van beethove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8 0 07-08
27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6 0 07-08
26
장마 댓글+ 1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5 1 07-08
25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8 0 07-08
24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8 0 07-08
23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3 2 07-08
22 김 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3 1 07-08
열람중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8 0 07-08
20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2 0 07-08
19 활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9 1 07-08
18 예송이성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6 1 07-08
17 울프천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6 0 07-08
16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4 0 07-08
15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9 2 07-08
14
간단한 일 댓글+ 1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5 0 07-08
13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3 0 07-07
12 이주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3 2 07-07
11 책벌레정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1 0 07-07
10
가족 댓글+ 1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1 1 07-07
9 활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6 0 07-07
8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1 0 07-07
7 용담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2 2 07-07
6 변현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5 0 07-07
5
빛바랜 추억 댓글+ 1
단혜 김강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7 1 07-07
4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0 0 07-07
3
수박 댓글+ 1
금사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7 1 07-07
2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1 4 07-07
1
퉤!! 댓글+ 2
파도치는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7 2 07-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