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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사람, 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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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徐승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231회 작성일 15-07-08 09:27

본문

사람, 최씨

 

                      서승원

 

 

쿵짜락 쿵짝 쿵짜락 쿵짝

뽕짝을 좋아하는 이웃집 최씨는 월남전 용사입니다

해질 녁 쐬주를 마시며 네 박자로 들려주는 무용담이 끝나면

베트콩이 가르쳐 줬다는 필살의 기술 한 쪽 발 절기로 춤추듯 집에 돌아갑니다

집엔 공사장에서 허리를 다쳐 누워있는 아들이 있는데 한 때 맹호였던 최씨는

늘 아들 앞에선 꼬리 내린 개가 됩니다

못 가르친 죄라 언젠가 고백한 적이 있는데 형법과 민법을 뒤져도 도통 찾기 힘든 죄입니다

 

세상을 떠돌다 뒤늦게 정착한 골목에서 최씨는 온갖 잡동사니를 줍습니다

최씨의 파트너인 수레는 덩치가 큰 잡식성 짐승입니다

그 짐승은 무엇이든 먹으려 들지만 버려진 영웅전집 같은 덜 헤진 책들을 먹은 날은

꼭 소화가 되지 않아 쿨렁 트림을 합니다

중학교만 졸업했다는 최씨는 덩달아 미친놈 미친년하며 쌍욕을 합니다

예전 시골 마을엔 미친놈이나 미친년이 한 명씩 있었다는데 요즈음은 골목마다 메르스처럼

넘쳐난다고 중얼댑니다

 

쿵짜락 쿵짝 쿵짜락 쿵짝

절뚝 50년 이 정도 스텝을 밟았으면 달인이지 달인이 별거인가

미열이 오르고 기침이 나는 최씨를 오늘 아침도 빈수레가 골목으로 끌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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