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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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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탱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43회 작성일 25-03-20 00:00

본문

신림동 쪽방 고시촌을
들락날락 전전하는
유두류(有頭類) 달팽이.
오전에는 토익
오후에는 행정법 강의 들으러
집을 나선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졸음이란 녀석.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는
오기(誤記)의 시험지를 채점하며
답답한 생에도 볕은 있다 자신하던
눈먼 여우(蠡牛)들.
관심도 없는 책과 씨름하며
쌓아 올린 공허한 스펙 속에
퇴색한 지식
현실과 담쌓은
부지의 철옹성을 지으며
닿지 않을 높이로
오르려 한다.
자기 위치를 대강 어림하던
시지프스 신화의 주인공처럼
굴러떨어져 다시 
제 위치를 사수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할 것인지.
오늘도 비탈진 풀잎 위
경주를 위해
도서실 의자에 앉은
인내의 시간은 늘어만가고
간혹
난관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시간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까 두려운 
뜬장의 목내이들은
오늘도 한자리를 고수하며 
텅 빈 가슴 쓸어안고
청춘의 한나절을 보내고 있다.
 
식당엔
물 없이도
돌아가는
물레방아.
나 없이도
돌아가는
시장통에
오늘
사 온
배춧잎에서
그의 지나간
자취를
뒤쫓는다.

댓글목록

미소님의 댓글

profile_image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난한 취준생들이 악조건에서 치열하게 공부하면서도 쉽게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삶이 너무 가슴아프네요
제 삶도 뒤돌아보니 시지프스처럼 살았던 시절이 있었네요
응원합니다
오르다보면 목표지점에 도달해 있을 거란 말씀을 드리면서...

탱크님의 댓글

profile_image 탱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젊은 날을 기억으로 써 보았네요. 고인물이라 할 정도로 오래 공부 했지만 마음이 무너지고 그래서 성과는 없었네요. 공부하는 학생들 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지만 ㅠ. 여기서 말하는 그는 저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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