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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탱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회 작성일 25-03-20 10:46

본문

후줄근한 비옷마저 벗어버리고
태양은 그 기다란 손가락을 다시 꺼낼 것이다.
세상의 불 피어 올린 그 손으로
머지않아 내 영혼도 
삶은 감자처럼 찔러볼 것이었다.
나는 관통당한 병사처럼 비틀거리며.


한동안 우리는 한 친구에 관한 이야기로 들썩였는데
발려진 생선 대가리처럼 안주거리로 떠 올라있었다.
그 자리에서 누구 하나 책임질 수 없는 말들을 나누었지만 
마음에 가책을 느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나게 떠들어 재낀 사람들과 자리에 못 박힌 사람, 
그 자리에 끼지 못하는 나에게 비애를 느끼며 
환멸감인지 소외감인지 모를 
어떤 이질감에 밖으로
나돌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나이 들어 생각하니 
떠들던 사람과 가만 듣고만 있던 사람들도
모두 공범이지만
나처럼 생각을 하면서도 외면당할까 두려운
모두 한 솥에 담긴 
삶는 감자였다.


오늘도 
해는 중천에 솟으며
땀을 비 오듯 쏟아냈고
오르는 열기 속에서 우리는
상점 앞의 풍선 인형처럼 
바람이 빠진 채 나풀거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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