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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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가득한 날 무작정 길을 나섰다 현관문 열자 내 유년의 어머니 비로도 치맛자락으로 휘날리는 하늘빛 새들도 부리마다 활짝 핀 봄을 물고 창공으로 날아오르는데 멀건 낮달의 중심을 가르는 새들의 날갯짓 그 시린 울음소리가 눈꽃으로 활짝 피지 못한 내 머리 위로 진눈깨비 같은 똥을 누고 저물녘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한참 동안 질질 끌려오는 내 그림자가 부끄러워 감히 서쪽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었다 너덜너덜해진 민망한 고개를 숙이고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는 길 허기가 노을처럼 밀려왔다 경비실 옆 목련나무가 이밥 같은 눈송이들을 활짝 쏟아내고 있었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목련나무밑을 걸어가는 콩트시인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진짜 봄인가봐요
마당에 꽃눈들이 새초롬히 올라왔더군요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즐거운 하루를 시작하십시요 힘들어도 아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