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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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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86회 작성일 23-02-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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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쳐줄 거요 이왕지사 이래 된 것 말 나온 김에 내 배를 째시던지
나도 배짱이여
삼 개월마다 차트 한 장 갖고 내 목숨 흥정하기도 뻘쭘스럽고
톡 까놓고 쫌 비싸게 쳐서 받고 싶소


솔방울처럼 딸린 식솔들 위해
흙강아지같이 발발거리고 살아온 죄 밖에 없는 나를
오늘 가세, 내일 가세, 자꾸 보채시면 너무 헐값에 넘기는 것 같아 자존심 상하오
조금 상한선을 그어 오 륙 년 정도만 더 쳐주면 안 되겠오?


내 오줌통이 쩌릿쩌릿하게 뻘짓 한 것이라고는
아내 모르게 야간수당 삥 쳐갖고 노래방을 갔거나
쪽팔리게 다니던 회사가 부도처리되어 잃어버렸다는 예물시계를 전당포에 잡힌 것 말고는
꿀릴 것이 없는 몸이외다


태엽 다 풀어진 시계추처럼 잘 놀던 심장이 갑자기 덜컥 멎어버려
저승문턱에서 잠깐 뵙자오니 입고 계신 턱시도가 조금 낡으셨더만
내 영국제 폴스미스로 한벌 쫙 빼드리리다
使者(사자)님께서 김가놈 목숨줄 갖고 옥황상제께 흥정 한번 잘 붙여보시오


그래봐야 술 거렁뱅이로 살다 제 명에 못 죽은 울 아버지보다 값을 좀 더 후하게 쳐달라는 것뿐인데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 들어갈 소리를 하고 자빠졌네 하며 내치다
험한 꼴 당하지 말고 얼마를 더 쳐줄 거요
아니면 그 잘 난 저승사자 계급장 떼고 이승에서 한판 붙어보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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