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敵意)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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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敵意)를 품다
툰드라에는 이끼의 서식지가 유빙처럼 갈라져 차가운 수면 아래로 합수됩니다 손 끝에 닿은 책장이 오늘 하루처럼 훌쩍 넘어가면 순록의 왕관도 이누이트의 발자국도 화려했던 로마제국처럼 생의 뒤안길로 수몰되겠지요
저기 루어를 즐기는 낚시꾼의 캐스팅이 공중묘기를 부립니다 손 끝으로 살짝 스타카토로 액션을 주자 뱀의 허물을 덮어쓴 아가리가 수초를 휘감으며 성층권으로 바늘털이를 합니다 지구의 핵을 명중한 활처럼 초릿대가 휘어지고 철천지 원수였던 하늘과 땅이 서로 밀당을 하는 그 순간 나는 손아귀의 악력이 풀려버렸습니다 놓아버린 우주처럼 세계가 멈춰버린 그날 다시 마름질을 하고 목줄을 묶습니다
눈의 언덕에는 북극여우와 북극곰이 먹이 사냥에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북극곰이 입을 하마처럼 벌리고 날 선 송곳니를 젖은 햇빛에 말리자 북극여우가 만타가오리의 아가리에서 식사를 하는 빨판상어처럼 북극곰의 혓바닥과 목젖을 더듬습니다
내가 사는 우주에는 태초의 그날처럼 눈보라가 휘날립니다 빙산도 빙벽도 내 폐부에서 떨어져 나간 유빙도 지난 겨울처럼 다시는 볼 수 없었습니다. 지상으로 울려퍼지는 징소리의 파동처럼 봄은 그렇게 오고 갔습니다 눈두덩이로 봄바람이 일자 잘려나간 발가락들이 봄비처럼 천공으로 떼구루루 굴러갑니다
이 밤, 내 귓속엔 지난여름날의 쓰르라미 울음소리가 자지러지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잘 감상했습니다 콩트시인님
시가 행간 행간이 맛이 있어 몇번이고 읽어봅니다
좋은 시를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잠자리가 편안해 질듯 ㅎ . . .
깊은 밤 좋은 꿈 꾸시고 주무세요 꾸벅1
콩트님의 댓글

고맙습니다 다섯별 시인님
주말 잘 보내시고요,
^^,
레르님의 댓글

시어들로 보자면 제가 좋아하는것들이지만
내용을 보자면 제가 이해하지 못해
정말 적의를 품게 됩니다...ㅎㅎ....
루어의 캐스팅 공중묘기가 "흐르는 강물처럼"을 연상하게끔 멋진 표현입니다
좋은 날 좋은 시간 채워가시기를....^^
콩트님의 댓글

요즘은 시판도 제 입맛과 맞지 않으면
去勢나 屠殺시키려는 풍조가 안타깝네요.
들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