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병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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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야 한다 오월이 왔다
美色(미색) 두려운 병꽃나무가 화사하게 발작을 일으키는 계절
색색이 다중인격장애를 갖고 있는 저 꽃들이
껌이나 찍찍 늘리고 빗장다리를 털며
솜털 보송보송한 깻잎머리 애기님의 형상으로 시비를 걸어오면
나도 똑같은 병을 앓고야 만다
노란 꽃은 노랗다고 철 지난 개나리를 거들먹거리며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왕비처럼
내가 예뻐? 개나리가 예뻐?
내가 더 노랑색이야? 쟤가 더 노랑색이야?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만 퍼붓다가 난독증이 걸린 듯 답이 늦다 싶으면
고새를 못 참고 삐쳐서 화르륵 져버리는
빨간색꽃 쟤좀 봐봐
붉게 립스틱 바르고 예쁘게 보이려는 옆집과부 순덕이를 재물로 삼아
순덕이가 빨개? 내가 더 빨개?
답하기 곤란하게 맘에 두고 있는 순덕이는 왜 끄집어 내 가지고
주황색꽃은 한 술 더 떠
걔를 보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푹푹 찌는 여름. 매미가 애절하게 찾아야 오는
기억 속에도 까무룩 한 *거위영장 닮은 참나리를 불러내서
누가 진정한 주황인지
능구렁이처럼 담장을 능글능글 넘나드는 능소화보다
진짜 주황이 누구인지를 함 겨루어 보자는데
이 꽃, 저 꽃, 요 꽃 삼색꽃이 얄망스럽게 시비를 거는 순간
불속을 질풍노도로 달리고 있는 딸 아이의 생각에
나도 모르게 꼭지가 홱 돌아버려 해리성 발작을 일으키고 만다
내가 아닌 내가 아니고 나도 아니고
*거위영장 - 몸이 여위고 키가크며 목이 긴 사람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현관 앞 화단에는 야생화들이
지난겨울 잔설처럼 봄바람에 날립니다.
아직 여물지 않은 봄날의 오후가
쑥스러운 듯 얼굴 붉히며 꽃대 올리는 물녁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다섯별 시인님.
^^,
다섯별님의 댓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콩트 시인님
사춘기때 요랬다 조랬다 딸아이가 얼마나 속을 썪혔던지
내가아닌 이성을 잃고 다른사람처럼 화를 냈었지요
ㅋㅋ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머리꼭지가 돌아버립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시어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