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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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이다
뼈와 살을 담금질하는 지구 변방 신전의 물이다
내가 수태되었을 때 어머니는
내 입속에 쌓을 바위 성을 예약하셨다
잇몸이 근질근질하던 날
꿈에서도 본 적 없는 성곽 너머로 비녀를 지른 달의 뒷모습을 보았다
고대 바다를 삼킨 목구멍으로 회오리바람이 들어간다
비워내지 못한 욕망의 부리에 돛을 달고
풍화한 피라미드 속을 항해한다
침묵으로 채워진 무덤의 도시,
죽음의 원본이 펼쳐놓은 수의의 옷자락이 거칠게 펄럭이는 것을 보았다
포도나무가 품고 있던, 길 잃은 양들의 되새김 소리가
하늘을 향해 일어선다
보리수나무에 걸려있던 법문이 떨어진다
하늘을 채찍질하던 영혼의 궁지
윤곽이 허물어진 피라미드 그늘에 파라오의 피 묻은 목소리가 흥건하다
이마를 적시는 내면의 빗방울,
자학의 함성이 잔혹하다
입속 성곽이 흔들리는 환한 통증, 망설임 없는 폭설이다.
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자학의 함성이 잔혹하다
입 속의 성곽이 흔들리는 환한 통증, 망설임 없는 폭설이다
이것이 치통의 근원을 밝혀내는 핵이었다면
그 어떤 서사도 여기에 접근하지 못할 것입니다.
치통 앞에 설 때 느끼는 전율이란 다른 것보다
가장 민감하고 전신을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음을
포착해내는 이 통찰은 누구도 쉽게 풀어 낼 수 없을 것입니다.
치통의 마지막 시행이 던지는 메시지는
너무 정확하고 미학을 핵심을 짚어내는데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시어법입니다.
긴 밤으로 젖어 오는 치통의 통증의 서사가 더
구체성을 지녔다면 이 시가 던지는 메시지는
더 명확하고 가슴의 울림으로 올 텐데 이중적인
알고리즘으로 결합이 주는 힘은 조금은 아쉬움의
겹침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치통이 아닌
다른 주제를 집어 넣어도 이 자체로도 완성된 시인데
치통과는 별개라는 느낌이 들어 여기 몇 자 올려 봅니다.
치통 자체가 마지막 행으로 감동이자
이렇게 표현해내는 힘은 누구에게도 볼 수 없는
최고의 장점이자 최고의 무기입니다.
참으로 멋진 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옛어른들은 오복 하나라 할 정도로
기준을 내세울까요.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힐링 시인님
횡설수설한 글에 불과한데
주옥 같은 말씀으로 치장해 주시니 감사하기도 하지만
다른 분들께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심장의 펌프질에 맞춰 욱신욱신 찌르는 통증이
까만 밤을 하얗게 만들고 무너져 내린 고성의 돌을 생각하게 합니다.
입안의 성곽이 흔들리는 고통, 마치 국지성 호우같습니다.
행복한 웃음 짓는 하루 빚으소서 힐링시인님.
이장희님의 댓글

탄탄한 문장에 감탄만 하고 갑니다.
부럽습니다 필력 ㅎㅎ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이장희 시인님
부족한 글에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께서도 늘 건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