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기도
스물한 시간의 비행,
천공의 성에 탑으로 쌓아둔 적란운을 등딱지에 새기고
무당벌레 한 마리
서울의 대지에 가랑잎처럼 앉았다
성베드로대성당의 다섯 개 청동문을 통과한 성자의 얼굴
더듬이를 내저으며 사내가 무대에 선다
사람들은 의아해 소금인형이 되고
발가락이 잘리고
무릎이 부러지고
허리가 동강 났다
스테인드글라스에 색칠한 무늬처럼 사내의 낯빛이 조명에 물들고
무대 위 사람의 형상으로 발현한 눈의 결정들
하느님의 케루빔일까, 용일까, 사탄일까
천상의 전쟁이 끝난 에덴동산의 폐허 속 침묵하는 목소리
매장된 어둠을 관통한 빛처럼
무명 저고리를 입은 사과꽃처럼
나의 눈에 촛불을 켠다
열정은 불면의 또 다른 이름을 수태하고 달빛처럼 잠 못 드는 밤
빛 속에 잠긴 암흑의 파편들
칸델라 불빛이 어둠을 쓸며 길을 낸다
시류를 향한 원망의 낙인이 찍힌 면도날로 그어버린 나의 눈
실명을 진단받은 시한부의 망막 속에 오로라가 번진다
야로가 스멀거리는 낯선 행성의 손짓들
절대자를 농락한 오염된 죄상들이 역류한 밤하늘로 회오리친다
지상으로 사라진 별똥별처럼 긴 꼬리 남기며 후주가 연주되고
내 속에 침몰한 징소리가 흘수선을 딛고 밤의 수면으로
포말을 일으킨다
댓글목록
이옥순님의 댓글

스물 한시간의 비행 도중
편하지 못한 영혼을
기도 덕분에 편안한 잠의 나라로
도착 하게 하셨군요
어설푼 해석에
웃음 한 번 웃으시길^^
콩트님의 댓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날씨가 풀려서인지
두꺼운 제 마음도 겉옷을 벗습니다.
맘 편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