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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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여명이 어둠을 조금씩 저며내는 새벽녁
당신과 함께 오르던 길을 오늘은 바람과 함께 당신에게로 찾아오릅니다.
길가에 핀 할미꽃이 살며시 고개숙여 '1년만이네' 반가이 아는 체를 합니다.
어둠을 모두 잘라내어 환해진 당신의 아침에서 잠시 온갖 세상사 다 내려놓고 생각해봅니다.
거친숨소리 산짐승의 사나운 발걸음에 익숙해졌던 당신의 밤은 산그림자가 점점 길어지고 당신의 정원이 거칠어지는 이맘때 쯤부터 사부작 사부작 촐랑거리는 제 발걸음소리를 기다리면서 점점 더 길어져만 갔겠지요.
당신이 떠난 후 나도 잠시지만 아무도 찾는 이 없는 그런 시절을 겪어 잘 알고 있기에 기다리기엔 1년은 너무 긴 세월, 아마 당신의 1년은 나의 한달일 것이라고, 꼭 그래야 한다고, 그래야 그나마 내 마음이 편안해 질거라고 되뇌어봅니다.
그 동안 잊고지내던 미안함에 낫을 들고 저의 죄송함을 벌초합니다.
내마음속에 자란 잡초를 잘라내고 있는 탓인지 잠시의 낫질에도 벌써 마음이 밝아옵니다.
삐쭉 빼쭉 파르라니 깍인 동그란 당신의 얼굴이 햇살아래 반짝반짝 웃음을 담아내는데 입추후에 쌀쌀해진 햇살이 당신의 가슴을 파고듭니다.
한층 따뜻해진 햇살이 내 식어가는 당신과의 기억들을 따뜻이 되살려줍니다.
오랜만에 당신의 옆에 함께 누워 참 평화로운 당신과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당신의 정원을 다듬는 일이 즐거워지는 건 아마 내 나이가 마침표를 찍은 당신의 나이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일거라 생각해봅니다.
한마리 나비가 날아듭니다.
행복한 당신의 마음이리라 다독다독 나를 위로해봅니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환상율과 같이 하며 성령의 은총과 조우하는 생명 맥이 선조의 선인 울림과 같이 했습니다
지위 있음을 향한 발걸음 마다에 박혀있는 고통과 험난함으로 되살려낸 인생 가늠이 순리로 승화되어야 한다는 명제와 부딪쳤습니다
영체로서 존재가 되어 현신되는 아름다움이 생명 맥에 그리고 인생 가늠에 하나의 맥 줄기가 되어 아침의 밝음에 다시 만나려 했습니다
구식석선님의 댓글

예리하신 시인님의 지적 감사드립니다.
tang님의 댓글의 댓글

생명 활로 보다 생명 힘이 念과 교호하여 이기거나 어우름하면 예리함의 예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리함은 활로나 염의 궤적을 섭리나 순리 부터 맞게 하고 생명 성찬에 입성하게 하는 경우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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