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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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
잔돌이 되어
바벨탑을 기어오르는 애벌레
초록이 허물어진 바위산을 기어오른다
오르다 오르다가
한 발 내디디면 비료포대처럼 미끄러진다
미꾸라지처럼 진창을 누비다
구멍 난 볼기가 열병처럼 달아올랐다
저녁 밥상에 개미처럼 둘러앉은 별자리들
어스름이 고봉으로 쌓이고
산마루 너머 등성이 따라 젓가락질하면
엄마의 젖가슴처럼 둥글게 피는 달무리
둥근 마음 하나 밤의 거적에 둘둘 말아
모깃불에 실어 보낸다
그러다 그러다가
굴렁쇠처럼 사위로 빙글뱅글 굴러다니면
헛디딘 발목이 뾰족한 밤의 모서리를 다듬고
밤이슬에 젖은 발가락이 천공에 사다리를 놓는다
깁지 못한 발치한 사랑니 자국들
땅거미가 땀에 젖은 겨드랑이를 간지럽힌다
젖니가 무순처럼 움을 틔우듯
죽지가 자라 오르네
죽지가 자라 오르네
사위로 발작하며 펄럭거리는 날갯짓
눈 시린 푸른 깃털이 오로라처럼 부유하는 밤
공동묘지 도깨비불이 자오선을 날고
저 멀리 으스름달 품은 장마당
소쩍새 한 마리 슬그머니 내려앉는다
벙거지에 매단 띠를 모질게 붙잡는 아이들
엉덩이에 골난 아이들이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천공을 날아오른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상상력의 전개가 무한대 같습니다.
오랜 필력의 결과겠지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콩트님의 댓글

수퍼스톰 시인님,
고맙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