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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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며
온종일
혓바늘처럼 돋은 너의 언어가
행간에 갇혀
귀머거리 삼 년
장님 삼 년
벙어리 삼 년
시(媤)집도 없이 시집살이를 살고
퇴근 후
두 발에 칭칭 감긴 쇠사슬처럼
하루해가 저물고
검정고무줄처럼 축 늘어진
탄성을 잃어버린 나에게
책등이나 긁는 효자손이라고
샐쭉 눈 빗대는 아내,
몰래 너에게 추파를 흘린다
너의 살 속에 가시처럼 박힌
실오라기들
한 장 한 장 살갗을 벗기며
침묵하는 언어를 안는다
오늘 밤,
기슭에서 돛단배 타고 단둘이서
불그레한 달빛 출렁거리는 천공의 성으로
깡충깡충 뛰어가고 싶다
너를 안고
쌍둥이자리에 누워 토끼처럼 얼굴 부비며
오로라 이불을 덮고 낮달이 환하도록
뒹굴고 싶다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시를 사랑하는 시인님의 마음이 진솔하게 느껴지는군요.
좋아서, 꼭 말하고 싶어서, 던지지 못해서, 그리워서
쓰다 보면 발에 감긴 쇠사슬처럼 하루 해가 저물어 가는
하루, 그런 하루 일지라도 또 기다려 주는 하루가 있기에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고맙게 읽고 갑니다. 콩트 시인님~
콩트님의 댓글

출근길, 창밖에 비치는 불그스레한 하늘빛을 보며
오늘 하루가 우리에게 단순히 또다시 시작된 하루가 아닌
첫눈 같고 첫 페이지 같은 새로운 하루가 되길 염원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창가에핀석류꽃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