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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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고흐가 좋다
좋다는 것은
연민
나를 바라보다가
나를 추억하는 일
귀 자른 아이의 섬망처럼
수면을 튕기며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즉흥교향곡
찌고이네르바이젠
활대는
박제된 시인을 찬양하고*
그것은 연민
불면의 잔을
불면으로 채운다
어둠을 바둑알처럼 움켜쥔 손
이태리 타올로 박박 문지른다
계절이 떠나간 백사장에는
벗겨지지 않는 때 묻은 살갗이
그을린 간판처럼 번들거리고
모래알처럼 흰 볕을 반사하는
그것은 천원을 착점한 원죄,
발가벗은 아이들이 계절이 떠나가도록
입 맞추며 춤 춘다
파도에 휩쓸려 부서지는 저 잠꼬대 소리
팔꿈치에 얼룩진 거먼 자국들이
물거품처럼
새파랗게 밀려온다
이상*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어, 어, 어,
하면서 읽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울림이 좋았습니다.
'어둠을 바둑알처럼 움켜쥔 손
이태리 타올로 박박 문지른다'
이 구절은 제 마음을 박박 문질러 줬구요.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분이구나,
라고 생각케 됩니다.
건필과 축복이 가득하시길.
콩트님의 댓글

은사(恩賜)를 받는 것처럼
황망하고 황송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주신 마음
곱게 접어 간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해변에 서서 바다가 들려 주는 교향곡을
찌고이네르바이젠으로 변조해서 듣는
서정과 깊은 심상에 젖어 보다가 갑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콩트 시인님~
콩트님의 댓글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