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 행성 > 창작시의 향기

♣ 무직(無職) 행성

끈을 잡고 한참 더듬어 올라갔더니 별이 있네

타원형 궤도에 접근했다오

옛날보다 오래된 옛날은 없을 것이오

사방의 별들은 몇 광년씩 뒤로 물러섰다오

저기서는 오직 사랑만이 아름다운 죄인,

에로스(Eros)가 오기 전에 내려가기로 했소

신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청순한 감정

나에겐 이런 것들이 없기 때문이오

신들이 있다면 나를 먼 우주의 블랙홀 밖으로 쫓아냈을 거요

나는 민중 예술을 좋아하지만 민중예술가도 아니요

귀족을 부러워하면서 일과 직장은 좋아하지 않는

미관말직(微官末職)의 부류지

치사하지만 관견(管見)이라오

끈을 잡고 틈새를 엿보는 염탐꾼 같소

어디까지 내려가야 할지 이번엔 밑이 보이지 않는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