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전사 / 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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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전사
새벽 종소리 맞춰
여명의 진격 나팔 불며
오늘도 전장으로 나선다
장마 전선을 틈타
물의 포연에 숨어 공격 해온
적의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적들의 인해전술은 끝이 없다
베어도 베어도 밀려 오고
분신술 까지 쓴다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하늘의 군대가 뒤에 있음을 믿기에
검은 망토 전사들이여
돌격 앞으로 . . .
초토화 시켰다
해질 무렵
지원군의 일환으로
전장에 당도하였더니
풀의 전사가 검은 망토 젖히며 하는 말
"우리들 죄가 많아서 그런가 봐요"
"적들을 사랑하라 하였으나 그리는 못하겠어요"
"우리도 모순 덩어리예요"
"봄철 내내 꽃 시집살이 하고 이제는 풀과의 전쟁이에요"
수녀님의 머리수건이 땀방울로 반짝이고 있었다
댓글목록
화리님의 댓글

그저께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양로원, 우양의 집(파주 소재), 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여름 풀뽑기가 너무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저녁무렵에 자원 봉사 나갔다가 수녀님들 얘기가 너무 재미 있어 시작화 해 보았습니다. 인용된 부분은 그분들 말씀 거의 그대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