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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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발
날씨가 더우면 종일 벗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에 안도의 위기감을 놓기도 합니다 한 번씩 닫힌 문밖에서 쿵쾅거리며 지나는 차가 있을 땐 사고라도 났는지 싶어 나가 보기도 합니다 오늘은 별 탈 없었습니다 다만 흰 스티로폼 상자 하나가 결딴이 나 있었고 거리는 한산했습니다 가끔은 줄어든 뱃살을 보며 더 줄여보자고 러닝머신만 합니다 따스한 창틈에 놓아둔 작은 선인장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얼마 전 예쁜 꽃을 피웠기 때문입니다 이 꽃에 넋을 잃은 새들이 가끔 날아와 알 수 없는 언어로 조잘거리다가 날아갑니다 어떤 때는 그 새를 보려고 곧잘 봉사가 되기도 합니다 나와 눈 마주치는 새는 아주 드물었지만, 이곳까지 날아와 앉았다 가는 것만도 약간의 외로움을 덜어 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늘 높이 나는 새는 등을 달고 삽니다 여전히 꽂혀 있는 등 보며 맞지 않는 어깨를 함께 나누며 벽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또 언젠가는 새로운 어깨를 맞을지도 모릅니다 어두운 세상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아닌 이곳 따스한 햇살은 언제든 쬘 수 있으니까요 더운 날씨 속 종일 벗고 지내는 친구에게 눈 가진 새가 있다면 그 눈살에 오랫동안 묵은 발을 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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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이발소에서 핸드폰으로 감상하다가
방금 집에 돌아와 조용히 감상 중입니다.
읽을수록 감동입니다.
축축한 날씨에 시인님께서 띄워주신
시와 이미지를 감상하며 힐링하고 갑니다.
편안하시고 시원한 저녁 보내시길요.^^
김재숙님의 댓글

아직은 선풍기로 견딜만한 이곳은 거제입니다 그래도 무척 덥습니다 시인님의 그곳으로 조금이나마 나은 바람이 분다면 좋겠습니다다시 이곳에 들어오기 시작 한 후 어딘가에서 고군분투 하는 삶을 웃음으로 때론 쓸쓸함으로 엿볼수 있다는 기쁨에 우울이 저만큼 날아갔습니다. 어째든 공감 할 수 있는 좋은시를 올려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거제의 바닷바람을 조금 담아 세게 불어 보내겠습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시인님~~^^
grail200님의 댓글

종일토록 선풍기의 바람에 옷을 벗었습니다
불이 꺼진 밤에는 창문과 커튼을 열고 시를 읽습니다
얼음이 둥둥 뜬 커피 한 잔과 팝송을 들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시마을의 대세에 합류하여 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시 잘 읽었고 감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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崇烏님의 댓글

이렇게 귀한 발걸음 해주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콩트 시인님^~
지난 휴일에 쓴 건데,.....예의상
시마을 오늘 넘 좋은 글 많이 올라와
겸사겸사였습니다. 졸글에 발걸음만
여여 하신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콩트 시인님 ^^~~
崇烏님의 댓글

--오늘도 일 때문에 고객 한 분 만나 횟집에서 여러 얘기 나누다가 호프집으로 또 자리 옮겨 생맥 오백 둘 마시고 들어오는 길입니다. 누나, 오늘 주신 시 정말 좋습니다. 시어에서 그만, 모르겠어요 달구질, 우리말이 얼마나 이쁜지요. 카우리 나무도 그렇습니다. 시 사랑이 이와 같다면 시를 떠나 무엇을 생각한다는 건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나의 낙이지요. 삶에 이와 같은 것이 없다면, 하루가 하루를 견디는데 얼마나 지루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드네요. 저녁은 웬만해선 차를 잘 안 가져 나갑니다. 들어올 땐 애를 먹습니다. 택시가 없었어요. 오늘은 요령이 좀 생기더군요. 역전에서 좀 가까운 곳에 일 있어 들렀다가 역전에 가니, 역시 택시가 있더군요.
--이렇게 졸글에 머물러 주시고 귀한 댓글 놓아주셔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해요.
--나머지 시간도 잘 보내시고요.
김재숙 누님 감사감사^^!요
崇烏님의 댓글

마냥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grail 200시인님
정신연령이 또 낮다 하실까봐 글 올리기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거저 좋게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뭐 생각할 따름 있겠습니까...현실 세계도 어려운데
이곳 마을에서만이라도 하루 푸근히 머물다
다음 날 퍼뜩 깨면 또 어디론가 가야 하니요.
늘 감사합니다. 마부작침의 마음으로 내일을 보겠습니다.
늘 건안하시길요
grail200님의 댓글의 댓글

정신연령이 낮은 것이 아니라 높다고 얘기한 것 같습니다
저보다 배는 된다는 얘기였고 그 당시 20대인 줄 알았습니다
참으로 어휘력이 뛰어나고 시적인 감각도 탁월하여 대단합니다
앞으로 배울 점이 많다는 점에서 늘 읽으면서 배우고 또 감동합니다
재미있게 읽었고 감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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