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 간다,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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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간다, 떠나간다
불 뺀 가마에 누가 삼겹살을 구워냈을까 삽자루의 모가지를 비틀어 범인을 색출하는데 칠월 초나흗날 뙤약볕도 산 그림자 걷어 잿더미로 갈앉는데 불볕을 다녀온 까마귀가 저물녘으로 껍질째 그을린 비명소리를 쭈욱 뽑아내는데 모가지 걸친 서쪽 하늘로 펼쳐진 노을길, 상엿소리가 쩌렁쩌렁하다 거미도 하관하는 광중으로 기어들어가는데
아베 마리아여! 저 가래질소리, 달구질소리 들리십니까?
누가 여름을 충만의 계절이라고 했을까 길거리 부동산에 상엿집 곡소리 저마다 아우성인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오가는 상여꾼 비단 깃발 물결이 천지사방으로 펄럭거렸는데 빛은 태양은 한낮은 정의도 희망도 아닌 하데스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사람들은 오늘도 습관처럼 죽음의 바다에서 쥐 죽은 듯 까치발로 부동하였다 발바닥은 지렁이의 깨진 숨골로 물들었고 이미 발톱은 피고름으로 잘려나갔다 나는 한낮의 뙤약볕을 한 톨도 남김없이 거두어 노을의 용광로 그 잉걸의 화구 속으로 증거를 인멸했다 오늘 밤 어둠의 물녘에서 어둠의 장궤틀로 갈앉아 어둠을 소명한다 그리고
저승을 다녀온 내 어머니의 숨비소리 그 고요한 어둠의 단문을 읽는다 불 뺀 가마에서 어둠의 망해가 활활 불타오른다 여름이 간다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콩트화 한 시의 멋짐을 감상하게 됩니다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시인님 만의 그로데스크한 개성을 구축하신 듯하네요.
무더위 건강 잘 지키시고요. 콩트 시인님 고맙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누가봐도 부족한 글에
들러주시고
격려의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창가에핀석류꽃>시인님께서도
푹염에 건강관리 잘 하시고
늘, 강녕하시길 바랍니다.
tang님의 댓글

원혼의 거세 향한 있음 노래가 놀려졌습니다
망상의 도가니가 묵음의 환상을 지폈습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푹푹 찌는 찜통 더위에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grail200님의 댓글

보통 솜씨가 아니네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원한 저녁 보내시길요.
崇烏님의 댓글

종일 먹먹했습니다. 콩트 시인님
잘 감상했습니다.
남은 시간도 잘 보내시길요.......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꿉꿉한 시절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기분 전환하시고 남은 저녁 시간은
웃음꽃 만발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