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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바다를 보아야 한다. 바닥이 투명한 유리항아리 뼈가
미묘하게 신음의 빛깔을 바꾸어 간다. 느릿느릿 구름떼가 푸른 하늘을 지나가면,
내 폐에 잔잔한 그림자가 움직인다.
바다는 하늘을 반사한다. 그리고 해수면의 빛깔은 시시각각 찰나를 반사한다. 찰나를 관통하여
나아가는 화물선이 실오라기 하나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오후에도 몇번씩
찰나에 나는 죽고 찰나에 나는 부활한다. 바다를 하루 종일 보아야 한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잎을 타고
해변으로 떠밀려왔다는 히미코도 동해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히미코가 불탄 자리, 海水觀音의 상쾌한 방귀를
배 가른 비취빛이 어루만진다. 표정 많은 석회암 바위 절벽에서
바다를 보아야 한다. 하루 종일. 바위가 말을 걸어 올 것이다. 이즈의 서걱거리는 호리병 닮은
배들이 나뭇가지 끝에 아슬아슬 매달려
금속이 쨍그랑거리는 소리를 낼 것이다. 어제도 소년 하나가
벼랑을 기어올라가다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 소년을 오늘 조찬에 나온
유리 접시 위 수프 속에서 만났다. 아지라는
반으로 잘라진 물고기와 함께 즐겁게 헤엄치고 있었다. 갈라진 배 틈으로 길게 늘어진
창자를 물 속에서 끌고 있었다. 여기저기 식탁 위에 앉은 여행객들이
마치 군무라도 추듯 똑같은 동작으로 동시에
그 수프를 먹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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