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그 소녀는 아직도 호수 속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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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의 그 소녀는 아직도 호수 속에 있을까?
흘러가던 빙하 녹은 물이 사파이어처럼
투명했다. 작은 교각 아래 콸콸 흘러넘쳤다. 카페 작은 테이블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면 수면 아래 저 깊이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따끈따끈 쌉쌀한 커피와 저 높은 데 협곡에서
불어 내려오는 햇살과 대기를 홀짝홀짝 들이마셨다.
부정한 소녀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로 몰아
저 상류 강 위에 던졌다. 마녀라면 물 위로 둥둥 떠오른다고, 물 위로 둥둥 떠오르면
마녀라는 증거라고, 입에 재갈을 물려 강으로 던졌다. 하지만
소녀는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라테 한 모금을 삼키며 그때
소녀가 임신했던 것이라 상상했다. 강물 안에서 소녀가 의태하여 그녀의 부푼
팔다리가 태아 형태를 닮아갔다고. 그리고 그녀 자궁 속 태아는
이렇게 내가 되어 강물 속을 들여다보며 어머니를
찾고 있다. 어머니, 사람들은 당신을 그리고 나를
저 끝없이 황막한 순수 속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시간은 교수대에 묶인 밧줄처럼
흘러갔다. 나도 당신도
저 강물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아이거 빙벽 예리한 바위의 결처럼 늘
차갑고 정결해야 한다. 내 귓속에 머물던 정적
나도 당신처럼 아직 저 호수 속에 있는 것일까?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와, 재미있습니다
마지막 대사가 최고입니다
[나도 당신처럼 아직 저 호수 속에 있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마녀재판을 받은 시인입니다
어떤 시인도 피해갈 수 없지요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콩트님의 댓글

저 시퍼런 빙하 녹은 강물을 담은 찻잔 속으로 풍덩, 빠져죽고 싶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그 강물 참 차갑습니다. 그리고 콸콸 쏟아지구요. 바라보는 것만으로 싸늘해지더군요. 감기 조심하십시오.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코렐리 시인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언제나 끊임없이 줄기찬 필력이 놀랍습니다.
저는 한줄을 붙잡고 한달을 해매고 있습니다.
늘 놀랍고도 세밀한 묘사와 시어들에 감탄하곤 합니다.
잠시 출근후 머물다 갑니다.
또 뵙겠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반갑습니다. 작은미늘barb님 좋은 시 꼭 기대하겠습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작품 속에 푹~ 빠져들기엔 오랜만 느끼는 감정이네요. ㅎㅎ
좋은 시에 머물다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코렐리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