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대사의 지팡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사명대사의 지팡이
동굴처럼 캄캄한 방에서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시집을 읽는다
해가 뜨면
내가 먼저, 네가 먼저,
퇴화된 아침으로
검은 날개가 이륙을 한다
눈부신 정오의 햇살 속에서
횡단보도를 더듬거리는 흰 지팡이가
한 그루 나무로 살아갈 수 있을까
메이데이
<Mayday>
시퍼렇게 잘려나간 날갯죽지
더듬이가 뽑혀 나간 방향타
조종사의 과실과 악천후의 기로에서
사후 경직의 시곗바늘을 더듬거린다
거미를 따라 눈먼 박쥐들이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몰려와
비상착륙을 시도한다
나는,
동굴처럼 캄캄한 방안에서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블랙박스를 기웃거린다
너의 시를 읽고
시집을 묶는다
나무가 자란다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나무가 자란다]에 환호성이 들립니다
지팡이가 세계수의 뿌리로 만든 게 아닐까요?라는 위트
재미있게 읽다가 갑니다, 고맙습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이면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네요.
휴일 마무리 잘 하시고 활기찬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grail200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