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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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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5회 작성일 22-05-22 08:42

본문

프리즘 / 백록

 

  

 

어쩌다 책장에 처박힌 낡은 앨범 속에서 빛바랜 사진을 보았다

그야말로 싱싱한 초록의 청춘임에도

흑백의 얼룩으로 구겨져버린

   

지금은 어느덧 총천연색의 시간이라며

그날을 되비치기 위한 스펙트럼의 프리즘을 소환하며

색연필을 붙들고 그날의 공간을 스케치하고 있다

   

빨강으로 빨려 들어가던 파랑의 몸부림을 떠올리며, 그렇게 휩쓸린 것이 보랏빛 향기였구나 속삭이며, 파란 몸부림이 그 향기에 취하는 순간 그게 바로 남색이었구나 생각하며, 빨간 표정이 노란 감정으로 휩싸이는 순간엔 주황으로 비쳤겠지 뇌까리며, 그 시절의 싱싱한 생각들은 어쩜 초록이었구나 떠벌리며...

   

마침내, 마지막 색칠을 위해 거울 앞에 선

내 몰골의 초상은

그제나 이제나 역시

흑백사진이다

다르다면 이마 위 머릿결이 몹시 희끗거리고

그 아래로 분산된 점들과 굴절된 선들이 뒤엉킨 채

몹쓸 낙서처럼 마구 얼씬거린다는 것

그것도 하루가 다르게

눈동자가 흐릿하다는 것

지금의 시절은 초록이 우거지고

꽃들도 울긋불긋 흐드러졌는데

원초적 본능 같은 프리즘은

있으나 마나라는 것

   

하여, 오늘밤 난

회춘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

그 작전명은 이른바

'칠색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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