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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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
반평생을 넘게 살아오면서
나는 참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눈만 감으면
국내의 유명 시인뿐만 아니라
세계로 이름을 떨친 시인들까지
나를 찾아온다
나에게 찾아와 자신이 발표한 시를
친절하게 정성껏 낭송도 해 주었다
나는 허리를 펴고 눈을 감고
고상하게 시를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의자 밑으로 쏜살같이 기어 나온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내 발끝을 잠시 더듬거리더니
더듬이가 와이퍼처럼 좌우로 흔들거리더니
가볍게 쯧쯧거리며 눈을 한 번 흘기더니
내 입속으로 벼락같이 사라져 버렸다
댓글목록
선돌님의 댓글

참, 인상적인 시 한편입니다
告解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질 때 하는 말
그건 이 세상에 대한, 인생에 대한,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불완전함을 알면서도
완전을 지향한 성찰이고
동시에 해답이면서 끊임없는
질문이겠습니다
시를 두고 말하자면
저는 평소에 생각하길,
시가 하늘에서 강림하는 십계명이 아닌 이상
시에 관한 절대자는 없단 생각이고
따라서 이 세상에 완전한 시는
단 한 편도 없단 생각
다만, 시인의 끊임없는 고해를 통해
자신의 시를 보다 완전에
가까와지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록, 세상의 온갖 바퀴벌레가
수상한 더듬이질로
시인의 속을 염탐하더라도
말이예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콩트님의 댓글의 댓글

오늘도 평온한 하루를 보내시길 고대합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