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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詩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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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2회 작성일 22-03-0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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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詩題)

           나싱그리


간밤에 봄비가 손님이 되어
살가운 빗발로 창문 두드리던 날
멀리 고향땅, 정든 벗으로부터
봄비라는 시제로 시 한 수를 받는다
여기도, 고운 님 눈물 훔치다 가셨는지
봄비가 나 몰래 들렀었다며
시간을 내어 나도 답시(答詩)를 써 올린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이렇게
마음을 전할 수 있다니 좋은 세상
옛시인들의 풍류와 운치가
와 닿는 오늘
단지 다른  것은, 우리 곁에
맑은 술잔 대신 따듯한 찻잔이  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이버 공간에서 마주앉아 있다는 거
오프라인 그곳엔 자연와 벗 단둘
언제 한번 시골집에 놀러오라는 인사에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언제 상경하면 그때나 얼굴 보자며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말을 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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